북한이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 중 하나였던 금강산 관광 담당 조직을 폐지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이어 금강산 사업에서도 남한을 완전히 배제할 뜻을 내비치면서 남북 경협의 상징적 장소 두 곳이 모두 소멸될 위기에 놓였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9차 회의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안이 가결됐다고 16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이번 회의에서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기구 폐지에 관해 “(남북은) 더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 관계”라며 “평화통일을 위한 연대기구로 내왔던 관련 단체들을 모두 정리한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수불가결의 공정”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하기로 한 것은 이제 더 이상 금강산 관광을 남북 경협 사업으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미 또 다른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해나가고 있다.개성공단은 2016년 2월 가동이 남북 관계 악화로 전면 중단됐는데, 북한은 2020년 6월 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함으로써 경협의 불씨를 꺼뜨렸다.
지난해 4월부터는 10여개의 남측 공장을 무단 가동하더니 12월엔 그 숫자를 30여개로 늘렸다. 또 지난해 5월부터 연락사무소 주변 잔해를 정리했으며 12월엔 건물의 완전한 철저를 진행하는 동향이 포착됐다. 공단 내 남한 설비 가동을 확대하고 주변을 정비하면서 개성공단을 완전히 북한의 자산으로 구축하고 자체 운영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금강산 관광지구 안에서도 남한을 배제하고 북한이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영하기 위한 조치들이 이행되고 있다. 김 총비서가 지난 2021년 1월 “금강산 지구를 우리 식의 현대적인 문화관광지로 전변시켜야 한다”라며 금강산 관광지구의 자체적인 재개발 의지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은 2022년부터 남측 기업이 소유권을 갖고 있는 금강산 지구 내 시설을 해체하며 사유화에 나섰다. 3월엔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 4월엔 아난티가 운영한 금강산골프장 숙소, 8월부턴 온정각, 구룡빌리지, 9월엔 한국관광공사가 거액을 투자한 문화회관 건물 해체가 시작됐다. 10월에는 고성항 횟집이 철거됐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남북 경협 사업이지만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살사건으로 중단된 뒤 재개되지 못했다.
2018년 4월,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금강산 관광 정상화’가 논의되고, 김 총비서가 2019년 신년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대가 없이 재개할 의사를 밝히면서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일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해 2월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 및 북미 대화는 중단됐고 김 총비서는 그해 10월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라며 남측 시설의 철거를 지시하면서 관광사업의 재개는 요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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