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고수하지만, 다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에 힘을 싣고 있어 합의가 요원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위성정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현 선거제가 유지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20대 총선까지 적용했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 가운데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병립형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병립형에 따르면 지역구 의석 수를 따지지 않고 비례대표 의석 47석을 정당 득표율대로 배분하게 된다.
반면 21대 총선부터 도입한 준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전체 의석수를 배분하고, 지역구 의석수가 그보다 모자랄 경우 모자란 의석 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제도다.
준연동형은 지역구에서 당선되기 힘든 소수정당에 비례대표를 배분해 표의 비례성과 다양성을 확대하자는 취지였지만,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과 민주당이 ‘꼼수’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의미가 퇴색되어 존폐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복원을 주장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민주당에게 선거제 개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민주당이 민의를 어떻게 투표에 충실히 반영할지 고민하기보다 당내 이해관계에 매몰돼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 정해져있지 않다보니 민주당 내에서 현 제도를 유지하면서 야권을 아우르는 비례연합정당을 결성하자는 군소야당 제안에 동조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전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비대위 회의에서 “아직도 비례대표 문제에 대해서 소위 말하는 ‘룰미팅’이 안 되고 있다”며 “도대체 이 비례제도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뭐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준연동형 유지를 내세웠지만, 좀처럼 총의를 모으지 못 하고 있다. 현행을 유지한다면 비례대표 의석 수를 20석 가량 포기하게 된다.
게다가 범 진보진영에서 최근 민주당에 사실상 위성정당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15일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등 군소정당들이 참여하는 개혁연합신당이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의석 수를 최대한 가져가기 위해 병립형을 선뜻 선택하기도 어렵다. 정치 혁신 역행이라며 내부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의원을 중심으로 위성정당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 움직임도 있다.
민주당은 이달 안으로 총의를 모을 계획이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라디오에서 “1월 국회 안에는 어떻게든 마무리 지으려고 저희도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병립형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은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수를 병립형 24석 연동형 23석으로 나누는 절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뉴스1에 “(여당에) 이 안을 기본으로 해서 논의해보자는 제안을 했다”며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해당 절충안이 전체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연동형을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병립형으로 적용했던 지난 21대 총선 당시 선거제와 다를 바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단 입장이다.
정개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절반씩 (연동형과 병립형을) 적용하는 것은 지난 총선과 다를 바가 없이 짬짜미라 수용 곤란하다고 선을 그어놓은 상태”라며 “이달 말까지 민주당이 내부 이견을 조율해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선거제 개편을 마무리한다는 게 여야의 목표지만, 오는 3월이 돼야 선거제가 확정될 거란 예측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선거제 협상 시점에 대해 “선거제 개편을 뒤로 끌고 갈수록 공천 잡음이 적어지는 측면이 있어 민주당에서 선거제 개편을 최대한 뒤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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