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포 서울편입 ‘메가시티法’ 두달만에 폐기 수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8일 03시 00분


총선前 김포시 주민투표도 무산
野 “졸속 정책의 예견된 실패”
한동훈 “적극 검토 입장엔 변화 없어”

지난해 11월 1일 경기 김포시 장기동의 한 건널목에 서울시 편입에 찬성하는 현수막이 걸린 모습. 김포=뉴스1
집권 여당이 당론으로 추진해온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특별법이 발표 2개월여 만에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특별법을 발의한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1일 활동 시한을 끝으로 종료됐다. 서울 편입을 위한 첫 관문인 김포시 주민투표도 김포시와 행정안전부 간 협의가 끝나지 않아 투표시한인 다음 달 10일까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야당에선 “총선용 졸속 정책의 예견된 실패”라는 비판이 나왔다.

1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뉴시티 특위가 지난해 11, 12월 각각 발의한 김포, 구리 서울 편입 특별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뒤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는 “여당은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을 알고도 발의했고, 민주당도 김포 표심을 감안해 대놓고 반대도 협조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올해 5월 21대 국회가 종료되면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특위 연장과 당론 추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둘 다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뉴시티 특별위 관계자도 “한동훈 비대위 출범 뒤 뉴시티 정책에 대한 특별한 지시가 없었다”고 했다.

행안부는 이날 지난해 12월 20일 김포시가 요청한 서울 편입 관련 주민투표의 실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통화에서 “최근 행안부 차관을 만나 총선 이전에 주민투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양측이 모두 인정했다”고 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울에 편입하길 희망하는 도시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김기현 전 대표가 지난해 10월 30일 ‘메가시티 서울’ 당론 추진을 밝힌 것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전에 너무 급하게 (논의가) 이뤄지면 국민들이 선거용으로 오해하고 그렇게 낙인이 찍힐 것”이라며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이라면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여권서도 “김포 서울편입, 법 통과 어려움 알고도 총선용 띄우기”

메가시티특별법 폐기 수순
與 뉴시티특위 지난달 활동 종료… 한동훈 취임후 연장 결론 안 내
해당 법안, 행안위 상정도 안돼… 김포 시민들 “결국 쇼에 놀아난셈”
“서울에 편입하겠다고 큰소리치더니 결국 쇼에 놀아난 건 주민들뿐이다.”(김포시 주민 전모 씨·56세)

경기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주민투표가 사실상 무산되고 국민의힘의 김포시 서울 편입 특별법이 폐기 수순에 접어들면서 ‘총선용 졸속 정책’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당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활동 시한을 끝으로 종료된 상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여당이 총선 때까지 표를 잡아두려는 이슈몰이용으로 사용했을 뿐 현실적으로 법 통과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도 한 일”이라고 했다.

● 상임위 상정도 안 된 김포 특별법
여당은 김기현 전 대표가 지난해 10월 30일 ‘메가시티 서울’ 당론 추진을 밝힌 데 이어 지난해 11월 뉴시티 특위가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김포·서울 통합특별법)을 발의했다. 발의 당시 “2024년 중에 국회에서 처리해 2025년 1월 1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서울과 김포, 경기도의회 의견 수렴과 주민투표를 거쳐야 해 총선 전 통과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왔다. 당시 여당 지도부는 “2008년 18대 총선 때처럼 뉴타운 바람을 타면 열세인 수도권 선거판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총선용 정책인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뉴시티 특위는 지난해 12월 19일 경기 당협위원장 간담회를 끝으로 21일 종료됐다. 지난해 발의한 김포와 구리 편입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도 되지 않았다. 여당 관계자는 “야당이 법안 상정을 반대해 상정이 불가능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경기 김포갑)은 “국민의힘이 특별법을 총선 앞두고 갑작스럽게 던졌다”고 말했다.

정작 총선 국면에 돌입하자 각자 지역구 활동에 바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위에 소속된 조경태 위원장 등 9명의 의원들도 대부분 지역구를 갖고 있거나 비례대표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뉴시티 특위 관계자는 “한 위원장 취임 이후 활동을 안 하고 있다”며 “종료나 연장 여부에 대해서도 통보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지난해 12월 20일 김포시가 요청한 서울 편입 관련 주민투표의 실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김포시에 서울 편입의 타당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한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총선 선거일 60일 전인 2월 10일부터 선거일 당일까지는 주민투표가 불가능하다.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총선 전에 주민투표가 이뤄지기 어렵다.

● “김포 전근 지원한 교사 어쩌나”
김포 시민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김포시에 사는 김모 씨(46)는 “경기도 교사 중에는 김포 서울 편입 이슈 이후에 일부러 김포 전근을 지원한 교사들도 있다”며 “기대가 박살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처음부터 믿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엔 뭔가 다르겠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이용만 당한 기분”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이 선거용으로 오해하고 그렇게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뉴시티 특위 간담회에서 “6∼10년간 단계적 편입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메가시티 구상이 힘이 빠지면서 ‘총선 역풍’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주도로 서울 편입 논의가 이뤄진 경기 김포 구리 하남 광명 고양 부천 등 이른바 ‘메가시티벨트’에서 기대감이 높았지만 한번에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기영합성, 일회성 공약 던지기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선거용이었지만 흐지부지되면서 표심에는 오히려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서울 편입#메가시티법#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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