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83일 앞두고 첫 우려 표명… 與내부서도 ‘金여사 사과 요구’ 분출
김경율 ‘마리 앙투아네트 언급’ 관련
대변인 “개인적으론 많은 부분 공감”… 대통령실 “마음 편할 수야 있겠나”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에 대해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이 김 여사의 ‘디올 백’ 논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총선을 83일 앞두고 여당에서 분출하는 김 여사 사과 요구에도 대통령실이 침묵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 위원장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리스크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한 위원장이) 김 여사의 사과 등을 유도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가 디올 백과 관련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는 질문에 “국민의힘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정당이고 또 그럴 때 강해지고 유능해지는 정당”이라고 답했다.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등이 제기한 김 여사 사과 요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특히 한 위원장은 “그 문제는 기본적으로는 함정 몰카이고 처음부터 계획된 게 맞다”면서도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그래서 (대통령실)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에 대한 검토 문제를 전향적으로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원장 지명 전인 지난해 12월 19일 김 여사 가방 수수 의혹 관련 질문에 “기본적으로 내용을 보면 몰카 공작이 맞지 않느냐”고만 했던 한 위원장의 태도가 30일 만에 바뀐 것이다.
여당 내부에선 이날도 김 여사를 향한 사과 요구가 분출됐다. 김 비대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실관계가 우리도, 국민도 궁금하지 않으냐. 사실관계를 말하고 사과하자는 것”이라며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디올 백이 저기(김 여사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김 여사의 사과를 촉구했다. 전날 김 비대위원은 프랑스 혁명을 촉발한 마리 앙투아네트 사례를 언급하며 “대통령이든 영부인이든 혹은 두 분 다 같이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내 사과 요구에 대해 “오늘 사전회의나 비공개 회의 때 논의가 되진 않았다”면서도 김 비대위원의 전날 발언에 대해 “개인 의견으로는 많은 부분 공감하고 발언에 대해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특별히 드릴 입장이 없다”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마음이 편할 수야 있겠느냐”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與내부 “김건희 디올백 문제 못풀면 수도권서 선거운동 불가능”
韓 “국민 걱정할 부분있다” 윤재옥 “명품가방 사건 본질은 공작”… 김경율 “최전방 급한데 후방 무관심” 장관시절 “몰카 공작” 답한 한동훈… 수도권 부정적 민심에 입장 바꾼듯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의혹을 해결하지 않고는 수도권에서는 올해 총선 선거 운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도권 유권자를 만나보면 ‘맨땅도 아닌 빙판에 헤딩한다’는 말이 와 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 출마를 선언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김 여사 명품 가방 사건의 본질은 공작이고 김 여사는 피해자다. 본질을 강조해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서는 “대구·경북(TK)에서 선거 치르는 사람은 ‘디올 백’보다 더한 사건이 터져도 선거 결과가 안 바뀌지 않느냐”며 “최전방에서 ‘총알 좀 달라’고 하는데 후방에서 ‘나 몰라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 달서을을 지역구로 둔 윤 원내대표가 수도권 민심에 둔감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 “韓, 김 여사 문제서 용산과 확실히 선 그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오후 김 여사의 디올 백 수수 의혹에 대해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이 같은 김 여사를 둘러싼 민심, 특히 수도권 민심이 부정적인 ‘수도권 위기론’을 감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원내대표가 오전 의총에서 김 위원과 국민의힘 총선 영입 인사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최근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당의 기조와 반대되는 의견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로 말한 지 몇 시간 만에 한 위원장이 디올 백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한 위원장과 윤 원내대표 간 온도차도 감지됐다.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로부터 디올 백 수수 의혹 질문을 받았을 때는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것 물어보라고 시켰느냐. 기본적으로 보면 몰카 공작 맞지 않느냐”고 답했었다. 한 위원장은 이후에도 ‘김건희 리스크’ 관련 질문에 “제2부속실 설치에 공감한다”(5일), “민주당과 특별감찰관 추천에 대해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10일)고 하면서도 디올 백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디올 백 문제에서 용산 대통령실 입장과 다르다고 확실히 선을 그은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만든 총선 실점 포인트 때문에 당이 난감하다”며 “한 위원장이 ‘용산’을 너무 자극하지 않는 속도로 김 여사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전향적으로 발언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당 지도부의 다른 관계자는 “총선 앞두고 최악의 국면이지만 마지막 숙제(김건희 리스크)만 해결하면 총선 판 뒤집을 수 있다”며 “유감 표명이 모멘텀이 됐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한 위원장 취임 뒤에도 여당 지지율이 답보를 보이고 전국을 돌며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부정적인 민심을 들은 뒤 김 여사 문제 해결 의지가 더 커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연일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정치개혁 메시지를 내놨지만 정권 견제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한 위원장에 대한 차기 대통령 선호도는 지난해 12월 첫째 주 16%에서 이번 달 둘째 주 22%로 뛰었으나 같은 기간 정부 견제론은 51%로 동률을 기록했다.
당 내부에선 “김 여사에 대한 국민 우려부터 걷어내지 못하면 총선에서 패배한다”는 우려가 크다. 1일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 ‘김건희 특검법’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서울 52.7%, 경기 56.9%, 인천 52.9%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 “김 여사 고개 숙여야 당이 산다”
한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면서 당내에선 “김 여사가 사과해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한 위원장에게 일반 국민으로서 여론을 잘 전달했고, 한 위원장도 다 알고 있다”며 “시기를 잘 봐서 (문제 해결을)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박은식 비대위원은 앞서 내부 회의에서 김 여사 문제 해결에 대해 운을 뗐고 한 위원장은 공감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수도권 출마자들도 사과 요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험지인 경기 수원에 출마하는 이수정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디올 백이 국고로 환수됐는지만 밝히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 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김 여사가 고개를 숙여야 수도권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했다.
● 대통령실 침묵 속 불편한 속내도
이날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마음이 편할 수야 있겠느냐”는 불편한 속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가 최근의 논란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변인과 상의하는 등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선 한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 더해 전날 ‘김경율 서울 마포을 출마’ 발언에 대해선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에서 “공정성에 기반한 시스템 공천과 배치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대통령실로 전달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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