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내부 공멸 위기감에 “총선 80일도 안남아…지도부 흔들리면 선거에 악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2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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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을 쌓고 무너뜨리는 것도 아니고 자꾸 당 대표를 세우고 없애면 총선에서 망하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국민의힘 수도권의 한 의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알려진 22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총선이 채 8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지도부가 흔들리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기현 전 대표가 취임 9개월 만에 물러나고, 한 위원장이 취임한 지 26일 만에 또다시 사퇴 요구가 나오면서 총선 판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당초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려던 경북 지역 의원들은 한 위원장 사퇴를 주도하는 일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자 “오해가 너무 많다”며 모임을 취소했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한 위원장 중심으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며 “이번 사태가 잘 수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중자애(自重自愛·말이나 행동을 삼가 신중하게 함)할 때”라며 “지금은 숨고르기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선거가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일을 벌여선 안 된다”며 “속된 말로 ‘개판’이 될 텐데 뭣들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반사 이익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한두 번 실수가 있다고 해서 지도체제를 허물면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이러다 강남 3구에서만 당선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친윤계 의원이 한 위원장의 사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지만 현역 의원의 호응이 없다는 점에서 과거 두 차례 ‘연판장’ 사태와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에는 초선 의원 10여 명이 김 전 대표 사퇴를 압박한 중진 의원을 향해 “퇴출 대상이 내부총질” 등 거친 글을 올렸다.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선 50여 명의 초선 의원이 당 대표 후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의 사퇴를 요구해 결국 물러나게 했다.

다만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언급이 무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마치 공천이 다 된 것처럼 얘기해서는 안 된다”며 “좋은 인재가 좋은 곳에 배치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절차적으로 ‘오버’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인재 영입을 많이 하고 배치하는 건 좋지만 형식 부분에 관해 공관위 업무까지 이렇게 (침해)되는 것으로 오해하면 ‘사천’이란 이야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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