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불리 따지다 당론 못정해… 총선 78일 앞두고 정치권 혼란
준연동형은 위성정당 난립 불가피… 당 안팎 비판에 다시 절충형 고심
與 반색… 제3지대는 “최악 꼼수”
22대 총선을 78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게임의 룰’인 선거제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정치권 혼란을 키우고 있다. 한때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로 기울다 위성정당을 허용하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선회해 가닥을 잡았던 민주당은 “또 위성정당이 난립할 것”이라는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막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 야권비례연합을 제안했던 범야권은 물론이고 제3지대에서도 “병립형 회귀는 정치 퇴행”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이 선거 유불리만 따지느라 수개월째 선거제 관련 당론을 정하지 못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으로선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욕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시간이 계속 흐르면 결국 여야 간 논의를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현행 준연동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민주당 ‘권역별 병립형’ 검토
2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5일 선거제 논의를 위한 민주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당 지도부는 여론을 수렴 중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병립형과 연동형 사이 당내 의견이 팽팽하다”며 “절충형으로 권역별 비례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2016년 총선 당시 제도인 병립형으로 회귀하되,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따로 뽑는 ‘권역별 비례제’를 검토하자는 것.
당초 위성정당을 허용하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려던 민주당 지도부가 권역별 비례제를 고심하고 나선 것은 이 안이 결국 명분과 실리를 모두 충족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할 경우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위성정당 난립이 불가피하다. 이미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등 소수 야당이 참여하는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가 민주당에 단일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자고 공식 제안한 상태다.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일명 ‘조국 신당’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정치검찰해체당’(가칭)이 창당 준비에 나선 상황. 민주당으로선 이들과 연합정당을 꾸릴 경우 비례대표 순위 싸움을, 독자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야권 내 고립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반면 권역별 비례제에서는 민주당 독자적으로 비례 의석을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여기에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비례대표를 따로 뽑는 방식이라 영남권에서 민주당, 호남권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기가 현행보다 유리해지는 등 지역주의 타파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전날 권역별 비례제를 공식 제안하고 나선 것도 당 지도부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해석된다. 임 위원장은 비례대표를 수도권, 중부권, 남부권 등 3권역으로 나눠 병립형을 적용하고, 비례 의석 47석 중 30%에 해당하는 15석가량은 소수 정당의 몫으로 보장하자고 제안했다.
● 범야권·제3지대 “기존보다 퇴행” 반발
병립형 회귀를 당론으로 정했던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권역별 비례제’를 검토하는 것을 반색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준연동제를 완전 포기한다는 조건만 확실하면 얼마든지 권역별 비례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여야 합의를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현행 준연동형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선거제 논의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2월 1일 본회의를 앞두고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대장동 50억 클럽) 재표결을 위해 군소 정당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범야권의 반발이 큰 권역별 비례제로 합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이자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 공동대표인 용혜인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역별 비례제는 기존의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것보다도 퇴행적인 안”이라면서 민주당을 향해 이달 말까지 비례연합정당의 출범 여부를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제3지대도 “비례대표 최악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인재위원장은 이날 “권역별로 나눠서 양대 정당 이외에는 한 석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참으로 망국적 발상이 횡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현행)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 의석수를 정한 뒤 지역구 당선자가 정해진 의석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현행 선거제.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30석에 적용.
병립형 비례대표제
지역구는 지역구대로 뽑고 비례대표 의석만 정당득표율대로 나누는 방식. 2016년 총선까지 적용.
권역별 비례대표제
전국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눈 뒤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를 배정하고,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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