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피해상인 “尹-韓 못만나”
野 “위로 한마디 할 시간 없었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면충돌한 지 이틀 만인 23일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을 함께 찾자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 노출이 애초 ‘약속 대련’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여권은 “실제 상황이었다”고 일축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날 한 유튜브 채널에서 “결국 윤 대통령이 의중을 접어주고 한 위원장이 이득을 보는 시나리오로 끝날 것이기 때문에 이건 예고된 대련의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원내대표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짜고 치는 약속 대련이 점입가경”이라며 “김건희 특검 등 국정 난맥상을 덮기 위한 연극일 뿐”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약속 대련’이라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아쉬운 점이 있었고, 함께 더 잘해보자는 취지에서 의견을 전달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한 위원장의 비대위원장직 사퇴라는 중차대한 문제로 쇼를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도 “이렇게 극적인 약속 대련이 어디 있겠느냐”라며 짜인 각본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도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성격을 알면 거짓 ‘약속 대련’이란 소리는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서천특화시장을 찾아 “특별재난지역 선포 가능 여부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울 경우에도 이에 준해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서천특화시장 고객지원센터 1층 로비에서 상인 대표들을 만나 “명절을 앞두고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 여러분이 바로 영업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해 드리겠다”며 “힘드시겠지만, 명절 잘 쇠시고 정부를 믿어달라”고 말했다.
다만 전날 공지된 군청 직원의 안내에 따라 2층에 모여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을 기다렸던 서천특화시장 상인들은 만나지 못하자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상인들은 “불구경만 하고 갔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만나주지 않고 떠났다”며 항의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상인분들의 의견은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2층에도 상인들이 있는 줄 몰라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화재 피해의 아픔은 윤석열-한동훈 브로맨스 화해 쇼를 위한 무대와 소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추운 날씨와 거센 눈발에도 대통령을 기다린 피해 상인들을 만나 따뜻한 위로 한마디 건넬 시간이 없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경호상 문제가 있어 미리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정부의 대책을 설명했다”며 “김 지사가 상인들을 만나 추가로 설명했고, 박수 받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서천=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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