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충돌 이틀만에 만나 ‘갈등 불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4일 03시 00분


서천시장 화재 피해현장 함께 방문
대통령전용열차 ‘1시간 동승 귀경’
韓 “대통령에 깊은 존중과 신뢰”
대통령실 “갈등 봉합된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청하고 
있다. 이날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보다 약 40분 빠른 오후 1시경 현장에 도착해 소방대원들을 격려한 뒤 현장에 도착하는 윤 
대통령 차량을 눈을 맞으며 10분 정도 기다렸다. 서천=뉴스1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청하고 있다. 이날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보다 약 40분 빠른 오후 1시경 현장에 도착해 소방대원들을 격려한 뒤 현장에 도착하는 윤 대통령 차량을 눈을 맞으며 10분 정도 기다렸다. 서천=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한 뒤 함께 대통령 전용열차를 타고 돌아왔다.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거부로 응답하면서 양측이 강하게 충돌한 지 이틀 만인 이날 한 위원장은 “저는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게 전혀 변함이 없다”며 몸을 낮췄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분열하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하는 국면에 들어섰지만 한 위원장을 향한 윤 대통령의 강한 불만이 확인된 상황에서 ‘김건희 리스크’ 등 핵심 이슈 해법에 대한 견해차는 여전해 아슬아슬한 당정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갈등이 봉합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충남 서천군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약 20분 동안 한 위원장과 함께 점검했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과 참모들에게 “열차로 같이 가자”고 제안해 대통령 전용열차를 통해 서울로 돌아왔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열차에서 바로 마주 앉아 1시간 동안 객차 내 회의실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서민과 재해 지원을 실효적으로 과감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길게 나눴고, 이 문제에 당정이 적극 교감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충돌의 핵심 의제였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둘러싼 사천 논란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서울역에서 양측 갈등설에 대해 “그런 말은 다 전에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그러면서 “대통령도 그렇도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이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최선을 다해 4월 10일(22대 총선일)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국민들을 더 잘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언급하고 ‘총선 승리’ 열망을 거론하면서 신뢰 회복과 갈등 봉합 의지를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신뢰를 확인하고 앞으로 허심탄회하게 서로 간 이해와 대화를 위한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모두 현장에서 만나는 데 흔쾌하게 동의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강 대 강 대치와 분열이라는 상황은 모면했지만 이번 총선의 구도와 의제, 대응 방향에 대한 양측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깊이 신뢰했던 한 위원장에 대한 인간적 분노와 배신감을 표출하며 ‘지지 철회’를 공언했고, 한 위원장도 “맹종하지 않는다”는 말로 용산과 선을 그어온 상황에서 향후 대립과 균열이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통령실은 윤-한 갈등을 해소할 실질적인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한동훈#서천수산물특화시장#화재현장#갈등 불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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