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자 당내 혼란도 가라앉는 분위기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문제와 사천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총선국면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당내 인식이 팽배하다.
24일 여권에 따르면 친윤계·영남권 의원들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 갈등이 봉합 수순으로 접어들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친윤계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갈등을 빠르게 수습해서 다행스럽다”면서도 “한 번 금이 간 관계에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남권 의원은 “지역구 관리에 한창인 시기에 당이 더 큰 혼란에 빠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전날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해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비공개 면담에서 사퇴 요구를 받고 거절한 지 이틀 만이다.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을 향한 사퇴 압박의 실질적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논란이 ‘몰카공작’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에 동조하면서도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두 차례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한 위원장이 발탁한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 여사 관련 비난 발언을 내놓은 이후 사태는 급격하게 악화했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해 ‘지지 철회’에 준하는 수준의 메시지를 내면서 친윤계와 영남권 의원들은 사태 내막을 파악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용산 참모들이 대거 총선에 뛰어들며 공천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관계 역시 공천 여부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내 친윤계 의원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대통령 당선인 수행 실장을 지낸 대표적 친윤계 이용 의원은 지난 21일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의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공유하며 동조했다가 당일 예정된 비대위 운영 비판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마찰을 시작으로 총선까지 대통령실과 여당 입장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에도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기존의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건희 여사 논란과 김경율 비대위원을 둘러싼 사천 논란 해결책을 두고 양측이 의견 합치를 이루지 않는 이상 총선까지 리스크로 남아 여권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여당 관계자는 “가장 민감한 시기에 두 사람이 처음 맞붙었는데 진짜 싸움은 공천부터”라며 “겉핥기식의 봉합이었다면 총선까지 남은 과정은 가시밭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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