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기업 중대재해법 대혼란]
영세기업 적용 유예 무산, 무슨 일이
與 “野 산업안전청 설치 요구 지나쳐”… 野 “최소한의 요구조건 일방적 거부”
내달 1일 본회의 처리도 불투명
“산업안전보건청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여당이던 문재인 정부 때도 추진을 검토하다 무산된 것이다. 이것을 지금 조건으로 내거는 건 지나친 처사다.”(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정부 여당이 2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 뒤 사과 한마디 없이 우리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갖고 떼쓰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확대 적용을 이틀 앞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 시행을 유예하는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자 여야는 ‘네 탓’ 공방을 벌였다. 개정안이 지난해 9월 7일 발의된 지 140일이 지나도록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다가 영세 사업장의 혼란이 현실화되자 책임 떠넘기기에만 골몰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요구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여부를 놓고 격하게 대립하면서 다음 본회의인 다음 달 1일 처리도 불투명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자 국민의힘은 “떡 하나 주면 또 다른 떡을 내어놓으라고 한다”며 비판했고, 민주당은 “최소한의 요구 조건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후 “민주당이 느닷없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추가 조건으로 제시하며 협상을 방해했다”며 “가뜩이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영세기업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민주당은 ‘민생파탄’의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홍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산업안전보건청을 중소기업중앙회도 요구하고, 설립 시기까지 탄력적으로 얘기했는데 (정부·여당이) 아무것도 안 가져오면 어떻게 하나”라며 “2년 전에도 내가 ‘당신들(정부·여당) 2년 후에 분명히 아무것도 준비 안 하고 또 유예해 달라고 그럴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2022년 1월 50인 이상 기업, 사업장부터 시행됐다. 영세 사업장에는 적용을 2년 늦춰 이달 27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여야는 개정안이 발의된 지 두 달이 지난 지난해 11월부터 유예안 관련 협상을 시작했다. 이후 28일 전부터는 민주당이 요구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두고 대치해왔다. 민주당은 2021년 7월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로 출범한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산업안전보건청으로 독립시키자고 주장한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본부를 추후 산업안전보건청으로 독립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기업계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여야는 정부 여당이 유예 지원 대책을 발표한 뒤에도 충돌만 거듭했다. 민주당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 보다 명확한 실현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더 어떤 조건을 붙이려는 건가”라고 반발했다. 그 뒤에도 여야는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와라”(17일 홍 원내대표), “또 어떤 조건을 들고 나오려는 거냐”(19일 윤 원내대표)며 공방만 벌였다.
여기에 총선 앞 표심 계산까지 맞물려 다음 본회의 처리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동의 시 중소기업, 소상공인 표심이 악화할 수 있고 민주당은 유예안 처리 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노동계 표심이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단속권을 가진 기관을 만들어 기업을 옥죄는 모양새가 안 좋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매년 산업재해 사망자가 1000명 이상 발생하는 상황인데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내놓은 조건 정도의 대안은 내놔야 노동계에서도 납득할 것이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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