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23일만에 배현진도 테러당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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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의원 피습]
총선앞 또 정치인 대상 ‘증오 범죄’
15세 중학생 “배 의원이죠” 물은 뒤, 돌로 머리 17차례 연달아 내리쳐
裵, 병원 이송돼 봉합응급수술 받아
여야 “테러규탄” 대통령실 “엄정조사”

25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 로비에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왼쪽)이 중학교 2학년생 A 군에게 피습당하고 
있다. A 군은 범행하기 약 30분 전부터 건물 앞에서 배회하다가 배 의원에게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죠”라고 물은 뒤 손에 돌을
 쥔 채 배 의원의 머리 부위를 17차례 내리쳤다. 이달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피습된 데 이어 서울 한복판에서 여당 
의원마저 습격당하면서 ‘정치 테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폐쇄회로(CC)TV 화면 캡처
25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 로비에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왼쪽)이 중학교 2학년생 A 군에게 피습당하고 있다. A 군은 범행하기 약 30분 전부터 건물 앞에서 배회하다가 배 의원에게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죠”라고 물은 뒤 손에 돌을 쥔 채 배 의원의 머리 부위를 17차례 내리쳤다. 이달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피습된 데 이어 서울 한복판에서 여당 의원마저 습격당하면서 ‘정치 테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폐쇄회로(CC)TV 화면 캡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초선·서울 송파을·사진)이 4·10총선을 76일 앞둔 25일 오후 서울 강남에서 10대 남성으로부터 무차별 습격을 당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새해 총선 일정을 본격 시작한 첫날인 2일 부산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지 23일 만에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사건이 또다시 벌어진 것이다. 총선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극단적 증오정치 문화에 휩쓸린 정치인 겨냥 테러 사건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야는 “극한의 정치, 증오의 정치가 가득한 혼란한 시대에 또다시 발생한 폭력과 정치 테러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규탄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학교 2학년인 A 군(15)은 이날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건물에서 손에 돌을 쥔 채 배 의원의 머리를 18초간 17차례 가격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A 군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죠”라고 두 차례 물은 뒤 배 의원이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하자 갑자기 공격하기 시작했다. A 군은 배 의원이 바닥에 쓰러진 이후에도 저항하는 배 의원을 향해 10여 차례 공격을 계속했다. 비명을 듣고 건물 내 점포에서 사람들이 나왔지만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본회의 일정을 마치고 개인 일정을 위해 강남을 찾았다. 사전에 예고되거나 공개된 일정이 아니었다”며 “습격 현장에 성인 손바닥만 한 돌이 떨어져 있었고 옆에 조그마한 돌 조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머리에 1cm 열상을 입은 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뒤 상처를 봉합하는 응급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맡은 순천향대병원 박석규 신경외과 교수는 브리핑에서 “1cm 정도 열상을 두 차례 봉합했다”며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뇌 내 출혈은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이 대표 피습에 이어 배 의원까지 공격당하며 정치인 테러 사건이 반복되자 강하게 성토했다. 대통령실은 “충격적 테러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병원을 찾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배 의원이 테러범에게 피습을 당했다”며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고 진상을 명확하게 밝혀 범인을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배 의원의 쾌유를 빌며 “믿을 수 없는 사건에 상처가 저릿해 온다”면서 “어떠한 정치 테러도 용납해선 안 된다.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피습 23일만에 배현진도 테러당했다


어제 강남 신사동 건물서 습격… 裵의원 쓰러진 뒤에도 계속 공격
공개안된 개인 일정 장소 찾아가… 범행 30분전부터 배회하며 기다려
경찰에 체포… 계획 범죄 의심
순천향병원 “두부 열상 1cm 봉합”

25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상가 건물 1층 로비.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회색 비니(모자)를 쓴 중학교 2학년생 A 군(15)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게 다가갔다. A 군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죠”라고 두 차례 물었고, 배 의원은 웃으며 응대한 뒤 돌아서서 걸어가려 했다.

그때 A 군이 배 의원에게 달려들더니 손에 든 돌로 배 의원의 뒤통수를 때리기 시작했다. 기습당한 배 의원은 쓰러진 뒤 팔을 휘저으며 저항했다. 하지만 A 군은 멈추지 않고 배 의원의 위에 올라타 계속 공격했다. 한 차례 돌을 떨어뜨렸다가 다시 주워 공격하기도 했다. 같은 건물 식당의 종업원 등이 만류하기 전까지 18초간 A 군은 배 의원을 총 17차례 내리쳤다. 건물 내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의 증언으로 재구성한 배 의원 습격 당시 상황이다.

● 범행 약 30분 전부터 주변 배회… “계획 범행 여부 조사”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배 의원은 119 신고 3분 만인 오후 5시 16분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고 구급차에 실려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A 군은 오후 5시 26분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체포됐다.

A 군은 범행하기 약 30분 전인 오후 4시 35분경 인근 건물에 설치된 CCTV에 처음 포착됐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건물 안쪽을 바라보며 주변을 서성이다가 4시 38분경 해당 건물에 한 차례 들어가더니 12초 만에 나왔다. 그리고 4시 49분에 다시 건물에 들어갔다.

A 군은 강남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A 군이 건물을 찾은 계기와 범행 동기를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경찰은 A 군이 범행하기 전에 배 의원을 불러 세워 두 차례 신분을 확인한 점, 당시 배 의원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개인 일정 중이었던 점, 해당 건물엔 고급 레스토랑과 메이크업숍, 광고업체 등만 있어 10대 학생이 개인 목적으로 방문할 일이 없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계획 범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이날 저녁 취재진이 찾은 범행 현장에는 미처 닦아내지 못한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배 의원 측 관계자는 “성인 남성 손바닥만 한 돌이 깨져 있었다. 그 정도로 세게 친 것 같다”고 말했다.

● 머리 1cm 찢어져 응급수술… “생명엔 지장 없어”


25일 오후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15세 중학생에게 습격당해 머리가 1cm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응급수술을 받은 가운데, 치료를
 담당한 순천향대 서울병원 박석규 신경외과 교수(가운데) 등 의료진이 배 의원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배 의원은 뇌출혈이나 골절
 등 증상 없이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5일 오후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15세 중학생에게 습격당해 머리가 1cm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응급수술을 받은 가운데, 치료를 담당한 순천향대 서울병원 박석규 신경외과 교수(가운데) 등 의료진이 배 의원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배 의원은 뇌출혈이나 골절 등 증상 없이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A 군은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은 아니다. 만 14∼18세인 ‘범죄소년’은 중대 범죄 시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습격범이 정신이 이상해 보인다’고 내부에 보고했다. 경찰은 정확한 정신질환 치료 이력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배 의원은 오후 5시 50분경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도착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한 뒤 1cm가량 찢어진 부위를 봉합하는 응급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맡은 박석규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브리핑을 통해 “눈 주위 예리한 걸로 긁힌 것 같은 흉터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배 의원은 현재 의식이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뒤통수에 부종(부어오름)이 있다. 많이 놀라서 입원 조치했고 병실에서 안정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큰 손상이 있진 않지만 시간이 지나며 지연성 뇌출혈이 있을 수 있어 지켜보고 있다. 골절 소견은 일단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배현진#피습#증오 범죄#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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