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에 남고 총선 공천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하자, 당내에선 유 전 의원이 수도권 선거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공천 불가 기류와 전통적 지지층의 거부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을 지키겠다. 공천 신청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힘든 시간들도 많았지만, 이 당에 젊음을 바쳤고, 이 당이 옳은 길을 가길 항상 원했으며 처음이나 지금이나 이 당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며 “오랜 시간 인내해왔고 앞으로도 인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 의원이 잔류를 발표하자 당내에선 유승민 역할론이 대두됐다. 유 전 의원이 공천 신청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불출마 선언을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선 ‘합리적인 보수’라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을 전략 공천해 당의 외연을 확장시켜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것도 당 지도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출마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략 공천 지역으로는 수도권 열세 지역이 적합하단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개혁·중도층 이미지를 갖고 있고 대선 주자 급의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이 열세인 수도권에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는 분위기도 읽힌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을 수도권 열세 지역에 전략 공천하는 등 역할을 맡기는 게 당을 위해서 좋다고 본다”며 “이번 선거는 수도권을 누가 차지하느냐, 젊은 사람들과 중도층을 누가 얼마나 확보하냐가 성패를 가를텐데 그려려면 미래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이 당에 포진이 돼야 한다. 유 전 의원도 그 중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재선 국회의원은 “경기도지사에 출마했다가 경선에서 아깝게 패할 정도로 나름 주목도가 있는 정치인이니까, 험지 같은 데에 출마시켜서 띄우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며 “수도권에 총선 성패가 달렸으니 수도권 열세 지역에 투입시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강남권이나 거물급 정치인들이 거쳐가 상징성이 큰 ‘정치 1번지’ 종로에 전략 공천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이 그간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워 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서울 강남권, 종로 전략 공천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영남권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까지 갈등을 빚어온 유 전 의원에게 강남권이나 종로같은 지역은 전략 공천 줄 생각이 없을 거라 본다”며 “또한 유 전 의원이 가진 인지도를 고려하면, 전략적으로 민주당과 맞붙었을 때 우리가 질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기도나 서울지역 험지에 공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전반적인 기류는 유 전 의원을 전략 공천하긴 어렵다는 쪽이다. 윤 대통령과 친윤계 의원들을 향해 공개 비판을 이어온 유 전 의원을 전략 공천할 경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갈등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당이 유 전 의원을 전략 공천하는 순간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갈등은 다시 불거질 것”이라며 “특히 윤 대통령이 과연 유 전 의원의 강남권·종로 전략 공천에 가만히 계실까”라고 반문했다.
한 국민의힘 다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유 전 의원을 포함해 모든 가용 자원을 다 동원해서 힘을 실어야 한다”며 “우리에게 불리하면서도 민주당 상대 주자가 상징적인 지역에, 유 전 의원이 민주당과 대립 각을 이룰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전략 공천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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