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한동훈 2시간37분 첫 오찬-차담… “金여사 얘기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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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화재 만남 6일만에 용산 회동
尹, 공천 관련 “당이 알아서 잘하라”
윤희숙-임종석 맞대결 화제 올라
“민생정책, 정부-당 피드백 협력”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오찬에 앞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대통령실 
주변 경관을 소개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이날 “(이 방은) 처음입니다”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그러면 이쪽으로 와보십시오”라며 한
 위원장을 안내한 뒤 용산어린이정원, 드래곤힐 호텔, 분수 등 주변 경관을 한 위원장에게 소개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오찬에 앞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대통령실 주변 경관을 소개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이날 “(이 방은) 처음입니다”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그러면 이쪽으로 와보십시오”라며 한 위원장을 안내한 뒤 용산어린이정원, 드래곤힐 호텔, 분수 등 주변 경관을 한 위원장에게 소개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2시간의 오찬과 37분가량의 차담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여야 민생 정책에 대해 “정부와 당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협력하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 문제를 두고는 “당이 알아서 잘하라”는 윤 대통령의 원론적 언급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지난해 12월 26일 취임한 한 위원장의 오찬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논란 파열음을 봉합하기 위해 23일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만나 함께 상경한 후 엿새 만의 회동으로 균열을 봉합하고 총선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尹 “오후 일정 있나”… 韓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과 2시간 동안 중식 메뉴로 오찬을 함께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개선을 위해 당정이 배가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정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는 주택 정책과 철도 지하화 등 교통을 비롯한 다양한 민생 현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수도권과 전남 순천 등의 철도 현황을 거론하며 “전체 구간이 아니라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더라도 동서남북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활기가 돈다” “지하화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 지하화 문제는 한 위원장이 31일 경기 수원을 방문해 4·10총선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계획인 만큼 당정 정책 공조에도 힘이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찬 회동에는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 한오섭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이도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 대통령실 참모들도 함께했다.

국민의힘 지역구 공천 신청이 시작된 가운데 오찬에서는 윤 대통령이 공천 문제를 두고 “당이 알아서 잘하라”는 취지로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이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냐”고 발언한 것도 오찬 화제로 올라 두 사람의 승부에 흥미를 보이는 언급도 나왔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울 중-성동갑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 위원장은 오찬 회동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 유예 연장 문제가 여야 공방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노동청이 있는데 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청을 별도로 추진하면 역할이 겹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또 피습을 당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거론하며 최근 잇따르는 정치인 테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오찬은 대통령실이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오찬에 이어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37분간 차담을 더 나눴다. 윤 대통령이 추가 일정이 있느냐고 물으니 한 위원장이 “별도 일정이 없다”고 해, 윤 대통령은 “내려가서 차 한잔 더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내 오찬 행사장을 처음 방문한 한 위원장에게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용산어린이정원 등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 대통령실·여당 “김 여사 언급 없었다”
이번 오찬 회동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 ‘공천 파워 게임’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거취’ 등을 놓고 정면충돌했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모습으로 당정 갈등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마련된 자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동을 가진 것 자체가 메시지 아니겠는가”라며 “이번 만남을 통해 좀 더 봉합을 시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과 김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공천 잡음 논란 등이 테이블에 올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민생 문제에만 주력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천 화재 현장 이후 6일 만의 만남을 ‘당정 갈등 봉합’으로 봐도 되겠냐는 물음에도 “민생 문제를 위해 당정이 최선을 다하자는 걸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김 여사 관련 내용은 언급된 적이 없다”고 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의 독대가 아닌 배석자들이 있는 형태였던 만큼 김 여사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긴 어려운 분위기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한동훈#김건희 여사#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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