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각국의 국가 청렴도를 평가하는 조사에서 한국이 180개국 중 32위로 전년도에 비해 한 단계 하락했다. 한국의 순위 하락은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반부패운동 비정부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30일 발표한 ‘2023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CPI)’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32위(63점)를 차지했다.
한국은 2016년 52위(53점)를 기록한 이래 2022년 31위(63점)까지 6년 연속 순위가 상승하다가 지난해 한 계단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서는 22위로 전년도와 같았다.
51개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9위에 자리했다. 뉴질랜드(3위·85점), 싱가포르(5위·83점), 호주·홍콩(14위·75점), 일본(16위·73점), 부탄·아랍에미리트(26위·68점), 대만(28위·67점)이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촛불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되던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가 상승 추세를 멈추고 하락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사회 전반의 반부패 노력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평했다.
특히 “경제·정치 영역과 관련한 지표들이 하락했다. 사회 상층의 ‘엘리트 카르텔 형 부패’가 (한국의) 핵심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반부패 청렴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멀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홍콩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는 경영자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의 전반적 부패 수준을 전년보다 7점(55→48) 낮게 평가했다. 정경유착 등을 따지는 미국 정치위험관리그룹(PRS)과 세계경제포럼(WEF)도 각각 3점(67→64)과 1점(57→56)을 깎았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의 엄격한 시행과 실효성 제고, 기업의 준법 활동과 투명·윤리경영 활성화, 공익신고자 보호 범위 확대 등을 주문했다.
평가 대상 180개국 중 국가 청렴도 1위는 덴마크(100점 만점에 90점)였고 핀란드(87점), 뉴질랜드(85점), 노르웨이(84점), 싱가포르(83점) 가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국가는 11점을 받은 소말리아였다. 베네수엘라, 시리아, 남수단이 13점으로 공동 177였다. 북한 역시 172위(17점)로 최하위권에 자리했다.
한편, CPI는 공공부문의 부패에 대한 전문가와 기업인의 인식을 보여주는 13개 원천자료를 반영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다. 70점을 넘어야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로 평가되고 한국이 위치한 50~69점대는 ‘절대 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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