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수순에 들어서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항의에 나섰다.
이날 오전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회의 결과를 기다렸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하라’, ‘거부권을 거부한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차례로 특별법 시행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정부는 오전 10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행사 안건을 상정했다. 거부권이 의결됐다는 속보가 전해지자 유가족 사이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유가족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채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유가족을 둘러싸고 있던 경찰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불법행위 경고 방송을 이어가자 분위기가 고조됐다. 유가족들은 분노하며 정부청사 건물로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이 이를 제지하자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유가족들은 오후 서울광장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회의 심의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를 했다. 이들은 “지금 이 순간 정부 여당과 윤석열 대통령은 159명의 희생자를 외면했고, 그 가족들조차 송두리째 외면하고 말았다”라며 “거부권을 행사하며 내놓은 정부의 공식 설명은 옹색하기 그지없다”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거부하는 것은 결단코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 결정을 수용할 경우 거부권 행사는 취임 1년 8개월여 만에 9번째가 된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 도입법,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취임한 대통령 중 가장 많은 거부권 행사 횟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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