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70일 앞두고 일부 핵심 지역에 주요 후보자를 전략공천하기 위한 자체 여론조사에 나섰다. 당이 이번 총선에서 최대 50곳에 전략공천을 하기로 한 가운데, 일부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이 당내 비주류 인사를 대체할 전략공천 후보자로 거론되면서 지역에서 미리 뛰던 예비후보들이 긴장하고 있다.
3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 중-성동갑에서 조상호 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서울 송파갑에서 이탄희 의원, 경기 성남 분당갑 및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에서 이광재 전 의원에 대한 경쟁력 조사가 진행됐다. 오영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경기 의정부갑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1호 영입 인재인 기후환경 전문가 박지혜 변호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력 조사는 해당 지역구 상대 당 유력 후보와의 대결을 전제로 여론조사를 진행해 후보자의 득표력을 살피는 방식이다.
특히 서울 중-성동갑은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출마를 선언한 지역이다. 친명 중에서도 ‘찐명’으로 분류되는 조 부위원장을 포함한 여론조사가 진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에서 “임 전 실장을 찍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재판에서 이 대표 변호를 맡은 측근이다.
친문계를 비롯한 당내 비주류에서는 공천 학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전략공천 검토 지역구에서 이미 출마를 준비 중인 한 후보자는 “당 지도부가 친명계 인사를 사실상 내리꽂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친문 홍영표 의원이 출마한 인천 부평을에서도 홍 의원의 재당선 희망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8일 노무현재단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정부 여당의 ‘서울 메가시티’ 공약을 두고 “몰상식한 정책”이라고 작심 비판한 것을 두고도 친문 세력의 존재감 과시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문 진영 내에서는 공천 학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문 전 대통령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명계를 향한 친문계의 공개 반발도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임 전 실장의 불출마를 요구한 친명계 김지호 당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을 향해 “친문은 안 된다는 프레임은 굉장히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친문-친명 가르는 뺄셈 정치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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