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남북 양측의 군사 충돌이 누적돼 6·25전쟁이 일어났다’고 말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수정주의 역사관으로 역사 왜곡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1일 비대위 회의에서 “6·25전쟁 발발 책임이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어쩌다 난 거다’라는 식의 수정주의 역사관 같은 역사 왜곡을 공당 대표가 한다는 것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남침은) 과거 소련 문서에 다 공개됐다. 의견의 영역이 아니다”며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민주당에 반성과 국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북한의 명백한 남침 사실을 은폐하고 민족사 최대 비극에 대해 양비론을 펼치는 그릇된 주장”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주장을 수정주의 역사관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펼친 “6·25전쟁은 남북 간 무력충돌이 전면전으로 이어진 내전”이라는 수정주의 견해와 유사하다는 것. 1990년대 들어 구소련의 비밀 문서들이 공개되면서 6·25전쟁은 김일성이 스탈린, 마오쩌둥과 사전에 협의해 남침한 것으로 밝혀졌다.
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내전의 시각으로 보면 김일성은 독자적 세력으로 정통성이 있고 이승만은 미국의 괴뢰에 불과한 것”이라며 “수정주의 시각은 전쟁이 김일성의 독자적 결정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 이후 설 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1948년부터 1950년 6·25전쟁 이전까지 소규모의 재래식 전투가 간헐적으로 이어진 것은 맞지만 이 때문에 전쟁이 촉발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6·25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라 38선에서 크고 작은 군사 충돌이 누적된 결과였다는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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