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채소 기준가 이하땐 정부가 보전
절차상 21대국회 통과 어려워
與 “선거용 포퓰리즘 법안” 비판
쌀과 채소, 과실 등이 일정 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정부가 그 차액을 농민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1일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정부는 최소 연간 2조 원이 넘는 금액이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야당이 농촌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단독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농안법 개정안은 양곡, 채소, 과일 등 주요 농산물의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 밑으로 하락하면 생산자에게 그 차액을 지급하는 최저가격보장제도를 담고 있다. 대상 품목과 기준 가격 등은 최저가격보장 심의위원회에서 정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상 품목으로의 생산 쏠림으로 공급 과잉이 나타나면 다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배추 등 5개 채소만 대상으로 가격보장제를 실시하더라도 연간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5월 한국농업경제학회가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평년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보장제를 실시할 경우 품목에 따라 최대 41.2%의 증산이 이뤄지고 가격은 최대 67% 하락한다. 이로 인한 차액 보전 비용만 연간 1조1906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으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은 매입 조건이 바뀌어 다시 처리됐다. 기존 개정안은 가격이 3∼5% 하락할 때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도록 했었지만 이번 개정안은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정부가 보전해 줄 기준을 정하도록 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개정안 의결 후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과잉 생산, 가격 하락 등 시장 개입의 부작용을 우려해 정부가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쌀값이 떨어질 때 정부가 이를 보전해주면 연간 1조4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개정안으로만 매년 2조5000억 원이 넘는 재정 부담이 추가되는 것이다.
다만 개정안이 21대 국회 임기 안에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관련 절차에 따라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 표결 직전 회의장을 떠난 후 성명을 내고 “양곡관리법 등은 민생법안이 아닌 선거용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4월 총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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