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때 인력 20% 증원 비상
핵심인력 공무원들 “수당 적다” 거부
경험 적은 은행원 등으로 채워야
실수 늘며 부정선거 시비 가능성
“투·개표 사무 경험이 부족한 민간인들이 선거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를 범하는 경우 개표 시간이 지연되고 이에 따라 부정선거 의혹으로 확대돼 사회적 논란이 일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1일 이같이 토로했다. 4·10총선에 수(手)검표 도입으로 개표사무원이 최대 20%까지 더 필요하지만 공무원의 선거사무 기피로 행정 업무에 능숙지 않은 민간인 참여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개표사무원 증원을 추진하는 이유는 개표 시간 지연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선관위는 수검표 도입으로 개표소별로 선거 다음 날 오전 1∼6시 사이에 끝나던 개표 시간이 평균 2시간 지연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여기에 만약 수검표를 맡는 심사·집계부에 개표사무원이 충분히 투입되지 않는다면 당선자 확정이 더욱 늦어지면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개표 시간 더욱 늦어져 혼란 우려”
기존 개표 절차에선 투표함에서 꺼낸 투표지를 ‘투표지 분류기’로 나눈다. 개표사무원은 심사계수기에서 떨어지는 투표 용지를 눈으로 보며 투표지가 제대로 분류됐는지 확인한다. 이번 총선부터는 투표지를 심사계수기에 넣기 전 사무원이 직접 손으로 만져가며 분류가 정확한지, 무효표는 없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이후 투표지는 심사계수기로 투입돼 몇 표인지 집계된다.
수검표는 30년 만에 부활하는 절차다. 앞서 선관위는 수검표로 득표 수를 세어 오다가 1995년 투표지 계수기를 도입하면서 이 절차를 없앴다. 그러나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의혹이 일면서 여당이 수검표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지난해 말 선관위가 전격 수용했다.
문제는 최근 선거사무의 핵심 인력인 공무원들이 적은 수당 등을 이유로 선거사무 참여에 단체 거부 움직임을 보이면서 투·개표 인원 확충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공무원의 선거사무 참여율은 2016년 63.5%에서 2020년 53.3%로 줄었다. 공무원은 통상 투·개표 관리 경험이 있어서 민간인들에 비해 업무 능숙도와 처리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공무원 개표사무원이 부족해지면 그 자리를 은행원이나 농·수협 조합 직원, 대학생 등 민간인으로 채워야 하고 이 경우 개표 시간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선관위 측 설명이다.
● “민간 사무원 늘면 부정선거 시비 가능성”
민간인 참여 인력의 증가로 개표 과정에서 실수가 늘어날 경우 부정선거 시비가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투표 과정에서 대표적인 실수는 동명이인의 본인 확인에 착오가 발생하는 것이다. 투표용지 2장을 건네는 실수도 종종 발생한다. 사전투표용지 발급기 운용 미숙으로 용지가 잘못 출력되는 경우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실수는 민간인들이 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혼란이 생기면 부정선거 트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불식하려 도입한 수검표 제도가 공무원 인력난 속에서 오히려 부정선거 의혹을 키우는 역설적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개표 관리 경험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 사전 교육을 한다 해도 업무를 습득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투·개표 관리는 최상의 안정된 환경에서 진행되어야 하는데 민간인들이 늘면 실수도 늘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무원노조 측은 “이대로는 선거사무 협조가 어렵다”며 명단 제출을 안 하고 버티고 있다. 현재 시간당 1만 원 내외인 수당을 30∼50%가량 인상하거나 투표 시간을 현재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여 달라는 요구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국회가 공무원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민간인 경력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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