任, 첫 비서실장 지낸 文정부 상징
친명 ‘尹정부 탄생 책임’ 내세우지만
당내 “총선뒤 당권 경쟁자 제거 포석”
전해철 등 장관 출신도 물갈이 논의… ‘李체제 협력’ 추미애 출마엔 우호적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가 최근 비공개 총선 전략회의를 열고 친문(친문재인)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사진)의 서울 중-성동갑 출마는 안 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험지 출마가 아니고는 공천을 주기 어렵다는 취지다.
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친명계 지도부는 5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 이재명 대표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인 6일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검찰정권 탄생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며 사실상 임 전 실장의 불출마를 압박한 메시지를 낸 것도 이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명계는 임 전 실장 퇴출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로 정권을 내준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대통령비서실장 출신으로 당내 친문 핵심 인사인 임 전 실장이 전면에 나설 경우 총선에서 전(前) 정권 책임론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야권에선 총선 후 올해 8월 치러질 전당대회에 대비하기 위한 ‘친문 구심점 없애기’ 차원이란 해석이 더 많다. 당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이 원내 진입 후 8월 전당대회에서 친문·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을 대표해 친명계 대항마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며 “친명계가 미리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당내 86그룹 대표 격이기도 한 임 전 실장이 총선을 통해 원내 재진입에 성공할 경우 친문 세력과 86그룹을 규합해 이 대표의 차기 당권 또는 대권 행보의 경쟁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관측에 대해 임 전 실장은 “괜한 억측”이라며 “총선 결과에 따라 모든 정치 상황이 달라지는 판에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다만 이미 긴장관계가 이어지면서 이 대표는 최근까지 10여 차례 이어진 임 전 실장의 통화 시도에 응하지 않고 만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 지도부는 임 전 실장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3선 이상 현역 의원의 물갈이 문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이어진 전략회의에선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퇴진 대상으로 집중 거론됐으며,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이인영 의원에게도 현재 지역구인 서울 구로갑 대신 고향인 충북 충주 출마를 권유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인사 중 이 대표의 대선 선거운동을 제대로 도와준 사람이 거의 없다”며 “당시 정치판을 떠나 있던 임종석, 노영민 전 비서실장보다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인사들의 책임이 훨씬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친문 진영은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은 “뺄셈의 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했다. 한 친문 인사는 “진짜 전쟁을 원한다면 우리 쪽에서도 전투력이 강한 탁현민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같은 인물이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신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서울 지역구 공천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지도부 지원을 받으며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친명 인사는 “두 사람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협력했고, 윤석열 대통령과 강하게 맞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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