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전 10시40분 경북 김천시의 KTX 정차역인 김천(구미)역에 도착했다. 경북 김천과 구미 경계에 자리해 역 이름이 김천(구미)역이 됐다. 역 앞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김천 신음동 강변조각공원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취재차 내려왔다”고 밝히며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자 경쟁 구도에 대해 물었다. 모름지기 지역 민심의 바로미터는 택시 기사이니까. 김천은 현역인 송언석 의원(재선)에 맞서 대통령관리비서관 및 국토교통부 1차관을 지낸 김오진 예비후보가 도전장을 낸 지역이다.
● 與 텃밭 김천, 송언석-김오진 탐색전
57년생의 택시 기사는 “김오진, 그 사람이 뭐 차관이고 대통령실 출신이지만 여기가 아무리 시골이라도 박정희(전 대통령)때처럼 대통령 말이라고 해서 껌뻑 죽고 이러지 않는다”라며 “송 의원이 딱히 손가락질받을 큰 문제를 일으킨 것도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나 같은 사람이 전화해도 무시하지 않고 다시 전화도 걸어주고 소탈한 맛이 있다”며 현역인 송 의원이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설파했다.
택시로 15분을 달려 도착한 조각공원에는 60~70대 정도로 보이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정자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슬그머니 명함을 드리면서 내심 기대를 담아 선거철인데 상호 비방전이 심하다고 느끼신 적은 없냐고 여쭤봤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직 후보가 누구인지 확고해지지도 않지 않았냐”였다. 유권자들에게 선거란 후보가 결정된 이후의 일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다만 개나리색 점퍼를 입고 지팡이를 정자에 기대놓은 채 앉아계시던 한 분은 “현직이 잘하든 못하든 2번 했으면 바꿔야 한다. 세 번하고 네 번하면 욕심이 생기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라며 “국토부라는 알짜 부처에서 차관하고 대통령실에도 있다가 온 사람이면 능력도 있을 테고, 괜히 온 것은 아니고 ‘바꾸라’는 뜻이지 않겠나”고 김 예비후보 손을 들었다.
강변공원 인근 송 의원의 지역 사무실에 먼저 들렀다. 사무실 외벽에는 현수막이 걸려있지 않았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만난 관계자는 “김천은 아직 본격적인 선거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저쪽에서 공격을 해오면 방어는 하겠지만 굳이 우리가 먼저 공격하면서 상대방을 띄울 필요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 의원 사무실에서 걸어서 7분 정도 떨어진 김 예비후보의 사무실 외벽에는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국토부1차관’ 경력을 강조한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상대의 약점보다는 본인의 강점을 내세운 현수막이었다. 김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후보가 주로 하는 이야기는 ‘김천도 바꿔보자’이고 같이 ‘똥 밭도 함께 구를 수 있는 친근한 후보’를 내세우고 있다”고 했다. 캠프 개소식은 경선이 결정되면 그때 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양측 모두 본격적인 경쟁에 앞서 탐색전과 숨 고르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구미을, 현역 김영식 등 6명 경쟁…마타도어 난무
김천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경북 구미을에서는 아직 당내 면접 전이지만 경쟁이 세게 붙었다. 선거 사무소와 후원회 사무실 자리를 두고도 한 치 양보가 없는 모습이었다. 구미에선 현역 김영식 의원(초선)에게 강명구 전 대통령국정기획비서관, 허성우 전 대통령국민제안비서관 등 2명의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치열한 당내 경쟁에 지역 당 관계자는 “한집안 사람들이라 할 수 있는 현역의원과 비서관 두 명이 치고받는 건 본 적이 없다”라고 실소를 하기도 했다.
김영식 의원의 옥계동 사무실의 길 건너 바로 맞은편에는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출신인 최진녕 예비후보의 사무실 외벽에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로부터 동쪽으로 200m 떨어진 곳에도 강명구 전 비서관의 사무실과 허성우 전 비서관, 최우영 전 경북도 경제특별보좌관의 후원회 사무소가 모여있었다. 제각각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 ‘젊은 구미’ 등의 선거 슬로건을 내세운 현수막이나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과 함께 있는 사진을 내 건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인동광장사거리에는 한 건물에 허성우 예비후보와 최우영 예비후보가 각각 5, 6층에 사무실을 내기도 했다. 눈에 잘 띄는 지역 중심가이다 보니 일찌감치 선거 사무실 쟁탈전이 벌어진 것. 한 캠프 관계자는 “구미는 공단이 많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만큼 유동차량이 많은 도로 주변에 사무실을 차린다”라고 설명했다.
구미을에서는 비단 사무실 위치뿐 아니라 “예비후보 지지자가 대통령 기념 시계를 돌렸다” “예비후보가 주민들에게 음료수를 사줬다” 등의 주장이 난무하면서 예비후보의 지지자가 검찰에 고발되기도 하는 등 선거가 과열되는 양상이다. 이날 찾아간 캠프에서는 저마다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나 언론 기사들을 스크랩해서 홍보용 자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광장에서 만난 이모 씨(70)도 “아무리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라지만 자기들끼리 벌써부터 싸우면 주민들이 좋게 봐줄 수가 있겠냐”라며 “결국 이 모든 것이 상대당 후보에게 꼬투리 잡힐 일이지 않나”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