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비공개 지도부 회의를 열고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수수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4선 노웅래 의원이 컷오프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됐고 ‘라임 금품수수 의혹’으로 재판 중인 재선 기동민 의원과 비례 이수진 의원에 대한 공천 배제 여부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복수의 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 주재로 전날 저녁부터 밤 12시 가까이까지 비공개 지도부 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지역구 공천 현황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회의에는 조정식 사무총장을 비롯해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등 공천 담당 지도부 의원뿐 아니라 정성호 의원과 박찬대 최고위원 등 친명(친이재명) 핵심 의원들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이 대표에게 지역구별 공천 심사 현황에 대한 보고가 이뤄지면서 노 의원을 비롯해 기 의원, 이 의원 등 비위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거나 재판 중인 의원들의 거취 문제가 주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아직 컷오프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노 의원의 경우 검찰의 부당한 기소로 보기 어렵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 의원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컷오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이 대표와 나같이 정치 탄압을 받는 사람도 함께 싸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시스템 공천”이라고 했다.
野 컷오프 거론 노웅래 “출마”… 친명계선 조정식 등 용퇴론
이재명 등 지도부, 심야 컷오프 논의 재판중인 의원들 주요 대상 검토 李대표 사법리스크와 형평성 논란 불출마 인재근 “친명후보 지지안해”… 컷오프 대상자 반발 등 공천 내홍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13일 밤 비공개 지도부 회의를 열고 컷오프 대상자 등을 직접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비위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의원들을 컷오프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대장동 개발 의혹 등으로 재판받고 있는 이 대표와의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이 대표로부터 불출마 권유를 받은 인재근 의원과 문학진 전 의원 등도 이날 공개적으로 공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불만을 드러내는 등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 노웅래, 기동민 등 컷오프 검토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4일 “전날 밤 이 대표가 연 비공개 회의에서 현재까지 공천 현황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이 대표가 지역구별로 일일이 살펴보느라 회의가 6시간 가까이 이어졌다”고 했다. 회의에서는 지역구별 공천 및 경선 현황을 비롯해 현역 평가 하위 20%에 포함됐거나 각종 사법 리스크 등으로 공천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현역 의원에 대한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뇌물수수 의혹으로 재판받고 있는 노웅래 의원(4선)과 라임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 기동민(재선), 이수진 의원(비례) 등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의원들이 컷오프 주요 대상으로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은 이날 회의에 앞서 노 의원과 기 의원 등에 대한 검찰 기소장을 회의 자료로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검찰의 정치 탄압에 따른 무리한 기소인지가 컷오프 여부의 가장 큰 기준”이라며 “노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아직 추가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인적 쇄신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서도 “(임 전 실장이 출마하려는) 서울 중-성동갑은 전략공천 대상 지역구라 (본인은) 해당이 안 되는데 왜 자꾸 (출마를)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공천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대표가 전날 밤 12시경 페이스북에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공개 메시지를 올리고, 14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떡잎은 참으로 귀하지만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 “장강의 물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고 인적 쇄신 의지를 거듭 피력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메시지란 해석이다.
다만 친명 지도부 내부적으로는 당내에서 불거질 형평성 논란을 의식하는 눈치다. 이 대표 역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를 이유로 현역 의원을 컷오프시킬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
이 때문에 친명계 내에서도 조정식 사무총장 등을 중심으로 한 친명 중진 용퇴 필요성이 조금씩 거론되고 있다. 조 사무총장은 경기 시흥을에서 내리 5선을 했다. 친명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올드보이 정리 흐름 속에서 친명 지도부 내에서도 조 사무총장의 용퇴가 거론됐다”며 “다만 본인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했다.
● 공천 내홍 본격화
현역 컷오프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당내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되는 의원들은 모두 “컷오프 결정이 날 경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 내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 역시 재판 중인 상황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현역 의원을 컷오프하겠다는 것은 이재명을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의 부당한 기소가 분명하기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출마를 해서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기 의원도 통화에서 “(당 지도부로부터 컷오프 관련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경기 성남 중원 출마를 선언한 이수진 의원도 “지난해 당무위 의결로 검찰의 탄압, 표적 기소 사례로 인정받은 만큼 컷오프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로부터 불출마를 권고받은 의원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배우자이자 3선 현역인 인재근 의원(서울 도봉갑)은 이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의 공천이 통합 공천과 거리가 먼)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친명계 김남근 변호사를 자신의 지역에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에 “김 변호사는 제가 지지하지 않는 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로부터 불출마 권고 전화를 받은 문학진 전 의원도 “(이 대표의) ‘친위부대’를 꽂으려다 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며 “조작이 혁신이냐”고 공천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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