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쿠바 수교 발표 다음날 日에 손짓… “기시다 평양 올수도” 고립 탈피 안간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6일 03시 00분


대통령실 “北 정치적-심리적 타격”
北, 외교단 행사 소개 쿠바 이름 빼

14일 밤 한국과 쿠바가 수교를 전격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며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형제 국가’로 64년간 긴밀한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쿠바가 한국과 수교하자 위기감을 느낀 북한이 일본에 손을 내밀어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담화에서 일본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일본이)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 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9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북-일 정상회담 추진 관련 질문에 “구체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북-일)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일본이 우리의 정당 방위권에 대해 부당하게 걸고 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관계 전망의 장애물로만 놓지 않는다면 (기시다)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직접 ‘기시다 총리의 평양 방문’까지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김여정은 “우리(북한) 국가지도부는 조일(북-일) 관계 개선을 위한 그 어떤 구상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접촉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도 “앞으로 기시다 수상의 속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가 대북 문제에서 태도를 바꾸면 평양 방문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시다 총리의 발언 이후 6일 뒤 북한이 갑자기 반응을 내놓은 것은 한국과 쿠바의 수교 영향일 수 있다고 본다. 쿠바는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1960년 북한과 국교를 맺고 64년을 ‘형제 국가’로 지내 왔다. 그런 쿠바가 북한이 ‘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과 수교한 자체가 북한 입장에선 큰 충격일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북한으로선 상당한 정치적, 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한국과 쿠바의 수교에 대해선 이날 직접적인 공개 반응을 내놓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과의 수교에 북한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듯한 장면은 포착됐다. 이날 북한 관영매체는 북한 주재 외교단이 참석한 연회를 소개하면서 쿠바 대사의 이름은 뺐다.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이 공개한 연회 사진에 쿠바 신임 대사의 모습이 있지만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것. 그동안 북한은 주북한 외교단 등을 소개할 때 혈맹인 중국에 이어 ‘형제국’ 쿠바를 다음 순서로 언급하는 등 예우했다.

#북한#일본#외교#고립 탈피#한-쿠바#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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