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준석, 합당선언 10일만에 ‘결별 수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9일 21시 14분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4.2.19/뉴스1 ⓒ News1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4.2.19/뉴스1 ⓒ News1
제3지대 5개 세력이 뭉친 개혁신당이 합당 선언 10일 만에 총선 주도권 싸움을 벌이며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존 이 전 대표 측 당명이었던 ‘새로운미래’로 당을 등록했다.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혁신당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격론 끝에 이준석 공동대표가 총선 선거 캠페인 및 정책을 결정하기로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고성 끝에 회의장을 퇴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나오면서 “선거운동 전체를 이준석 개인에게 맡기는 건 민주정당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건 전두환이 지금 나라가 어수선하니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여기에 다 위임해달라며 국회를 해산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대표 측은 회의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준석) 사당화를 의결했다”고 비판하며 “제3지대 통합 정신을 깨뜨리는 비민주적 절차와 내용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표결 자체에 이의가 있을 수는 있지만 격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통합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고위 후 관훈클럽 초청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대표 측을 제외한) 개혁신당, 원칙과 상식, 새로운 선택, 한국의 희망 등 나머지 정파는 모두 이번 의결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선거운동 지휘 권한 위임은 속도감과 의외성을 살리는 취지이자 상호보완적으로 선택된 것”이라면서 총선 단독 지휘권을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의결은 통합 파기 선언이다. 통합 파기는 이준석 공동대표가 기획한 것”이라며 “이낙연, 김종민을 몰아내고 공천권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가져다 맡기기로 결심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무리한 통합 추진에 대해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개혁신당 이낙연, 이준석 공동대표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지휘권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지난주 금요일 최고위를 돌연 취소한 데 이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갈등 봉합에 실패하면서 양측이 사실상 통합 파기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이준석 원톱’ 선거 지휘 두고 李-李 충돌
양측 간 대립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준석 대표 측은 “이준석 대표와 공동정책위의장의 결정에 따라 당의 선거 캠페인과 정책을 결정한다”는 내용의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 위임 안건’을 이준석 대표, 양향자 원내대표, 금태섭·조응천 최고위원 등 4명 다수결 찬성으로 의결했다.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대표의 권한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라 이낙연 대표 측이 이미 한 차례 거절했던 안건이다. 이에 이낙연 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은 격하게 반발하며 고성 끝에 표결을 거부하고 회의장에서 먼저 나왔다.

이낙연 대표 측은 최고위 직후 ‘이준석 사당화’,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등의 표현을 쓰며 격하게 반발했다. 이낙연 대표 측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 오늘 개혁신당 최고위원회는 ‘이준석 사당’을 공식적으로 의결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비공식적으로 사당화를 관철했다면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공식 절차를 앞세워 사당화를 의결하고 인정하기를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준석 대표도 최고위 후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지난 일주일 간 물밑 대화를 많이 했고 이 부분의 이견 좁혀지지 않아 표결했다”며 “표결 자체에 이의가 있을 수 있겠으나 너무 격한 모습을 보이는 건 통합의 정신과 맞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양측 간 갈등은 봉합되지 않은 채 오후 들어 더 격화됐다. 이낙연 대표 측 김종민 최고위원은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석 대표가 이낙연, 김종민을 몰아내고 (개혁신당 측) 이원욱 의원, 천하람 전 최고위원을 지도부에 임명하려고 한다”며 “이준석 대표가 통합 파기를 (사전에) 기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가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기고 전권을 주려고 한다”고 했다. 이낙연 대표도 20일 오전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통합 파기 선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차피 선거 때까지 이런 상황이 몇 번 더 올 텐데 그럴 때마다 국민을 실망시키기보다는 실망 한 번 시키는 게 낫다고 본다”며 “무리하게 합당이 추진된 데 대한 대국민 사과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들의 기자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새로운미래측에서 오늘 최고위 표결에 불응하기 위한 비난성 발언을 하는 것에 대응하지 않겠다. 민망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또한 탈당하는 의원이 생겨 의석수가 5석 미만이 될 경우 개혁신당은 기지급된 국고보조금 전액을 반납할 것”이라고 썼다. 개혁신당은 지난 15일 기준 현역 의원 5명을 확보해 국고보조금 6억 여 원을 받은 바 있다.

● 당직 배분, 지역구 출마 등 이견 산적
이준석 대표와 이낙연 대표 측 갈등이 합당선언 불과 열흘 만에 공개 노출된 것은 급하게 합당을 밀어불인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지지층 간에도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 동안 지도부는 당직 배분과 당 상징 색깔 등을 두고 이견을 노출하느라 정책 및 선거 캠페인 논의는 제대로 시작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신당’이란 명칭으로 본격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준석 대표 측이 선거 지휘권을 직접 가져오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관훈토론회에서 최근 지지율 하락에 대해 “상당히 위기감을 가지고 지지율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주겠다는 게 저희 시도인데 이 부분이 노출이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후 ‘전국민 출산휴가 급여제’ 공약을 발표하는 등 합당 선언 이후 중단됐던 정책 발표를 재개하면서 속도전에 나섰다.

반면 이낙연 대표 측은 “합당 선언 당시 이낙연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이미 합의된 사안”이라며 “합당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에게 당명부터 법적 대표 권한 등을 양보했음에도 이준석 대표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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