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서는 때아닌 ‘현수막 전쟁’이 한창이다. 이 지역구(서울 노원갑) 현역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재선)이 자신의 예비후보 사무실에 2000만 원 상당의 발광다이오드(LED) 현수막을 달았고, 같은 지역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같은 당 우원식 의원(4선)도 이에 질세라 가로폭이 21m에 이르는 초대형 현수막을 내건 것. 우 의원은 바로 옆 노원을의 현역 의원이지만 이번 총선 때 합구될 가능성이 있어 노원갑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가운데 현역 의원들 간 때아닌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22대 총선을 51일 앞둔 19일까지도 선거구 협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선거 현장에서는 이 같은 혼란이 극심한 상황이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합구를 권고했던 지역구 후보들은 “언제까지 지역구도 모른 채 ‘반쪽짜리 선거운동’을 해야 하느냐”고 토로하고 있다.
획정위가 국회에 제시한 획정안 초안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부산 남구, 경기 부천·안산시, 전북 등 5곳에서 선거구가 1곳씩 줄어든다. 전남은 선거구 개수는 유지되지만 영암-무안-신안 지역구가 해체돼 다른 지역구로 통합될 예정이다. 부산 남구를 제외하면 합구 예상 지역 모두 현역 의원이 민주당 소속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우리 당이 획정안에 문제 제기만 하고 수습을 못해 현역 의원 간 불필요한 경쟁만 벌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지역구 조정이 예고된 다른 지역들에서도 현역 의원들 간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선거구 획정이 안 돼서 공관위의 공천심사 결과 발표도 늦어지고 있는데, 사실상 경선 기간이 길어지는 셈이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도 혼란이 이어지긴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초선)은 본인의 지역구인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후 면접까지 치렀으나 선거구 조정 가능성을 감안해 출마 선언은 경북 의성-청송-영덕-울진 지역으로 했다. ‘갑, 을’로 지역구 분구가 점쳐지는 경기 하남시 예비후보들은 하남시 전체가 아닌 출마를 계획한 지역만 돌며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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