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비명 공천 학살” 비판이 쏟아진 의원총회 다음 날인 22일 박찬대, 장경태 최고위원과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 등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 의원을 기존 지역구에 대거 단수 공천했다. 뇌물수수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4선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 등 현역 의원 5명은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비명(비이재명)계 공천 배제’ 논란에 대해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긴 진통”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친명 인사로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며 “현재 공천 기조를 유지하며 뭉개기 전략을 펴겠다고 선언한 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 컷오프 이수진 탈당, 노웅래 단식농성
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5차 공천 결과를 발표하며 당 지도부인 박찬대(재선·인천 연수갑), 장경태(초선·서울 동대문을) 최고위원을 비롯해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4선·서울 동대문갑)을 현 지역구에 단수공천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근 의원 모임인 ‘7인회’ 출신 문진석 의원(초선·충남 천안갑)도 단수공천됐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친명계와 보조를 맞춰온 박범계 의원(3선·대전 서을)도 공천을 받았다. 원외에선 친명계인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인천 동미추홀), 황명선 전 논산시장(충남 논산-계룡-금산)이 단수공천됐다.
노웅래 의원을 비롯해 이수진(초선·서울 동작을), 김민철(초선·경기 의정부을), 양기대(초선·경기 광명을) 의원은 지역구가 전략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됐다. 광명을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던 양이원영 의원(초선·비례)도 공천에서 탈락했다.
서울 동작을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다른 지역에도 당 영입 인재를 중심으로 전략공천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전략 지역인 충남 홍성-예산에는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가 전략공천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컷오프된 이수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이 의원은 “지난주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며 “대선 패배 직후 이 대표에게 찾아가 검찰개혁을 두 달 내에 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고 이 대표를 성토했다.
노 의원은 당 대표실 회의실에 침낭을 들인 채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금품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게 저 혼자만이 아니다”라면서 “공천 전횡이고 공천 독재”라고 반발했다.
전날 하위 평가 10% 통보를 받고 재심을 신청했던 박용진 의원도 이날 하루 만에 기각 통보를 받았다. 박 의원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당직을 맡지 않았고, 포상 경력이 없으며 평가 위원들의 정성평가 점수가 낮았다는 이유로 하위 10%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공관위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기각을 통보하면 어떻게 받아들이나”라며 “공관위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은 채 보낸 기각 결정은 당헌·당규상 위반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 李 사퇴 요구에 “1년 내내 대표 바꿀건가”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자청해 당 일각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툭하면 사퇴하라는 소릴 하는 분들이 있는 모양인데 그런 식이면 1년 내내 365일 대표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천 학살” 비판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1등 하고 누군가는 꼴등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전날 김부겸,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 이어 이날 동교동계 권노갑 상임고문,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 원조 친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강창일 전 주일 대사 등 원로들이 추가로 “이 대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라”라고 요구했는데도 이 대표가 사실상 ‘뭉개기 전략’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공천 갈등은 이미 다 벌어진 일이다. 시끄럽다가도 (공천이 마무리되는) 2월 말, 3월 초가 지나면 당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께 실망을 드려 대단히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공천 파동을 둘러싸고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 간 이견이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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