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경선 여론조사 업체 선정 과정에 친명(친이재명)계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이 관여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홍익표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에게 문제의 여론조사업체를 배제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당 사무처에는 관련 의혹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고 절차에 맞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날 경우 지도부 의원들이 책임질 것도 촉구했다. 이 대표와 친명계 지도부의 ‘밀실 사천’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친문(친문재인)계 홍 원내대표가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지도부 내 정면충돌로 번지는 양상이다.
홍 원내대표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부총장이 경선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디앤에이’가 공모 절차 종료 후 추가 선정된 데 대해 “(이 대표에게) 남은 경선 여론조사에서라도 해당 업체를 배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당 사무처에는 문제가 된 업체 선정 과정을 소명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27일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이 자리에서 당 사무처로부터 여론조사 업체 선정 과정을 보고받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업체 선정 과정에서 정해진 절차에 어긋난 부분이 있었다면 관련된 지도부 의원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말썽이 되는 업체가 있다면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론조사 결과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리서치디앤에이를 향후 경선 과정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라면서도 “여론조사 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기존 경선 결과나 현역 의원 평가 결과는 고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1차 경선 당사자들의 경선 불복 및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의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홍 원내대표는 친문계 강병원 의원(서울 은평을)과 친명계 김우영 전 강원도당위원장을 경선에 부치기로 한 당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대해서도 공식 문제 제기를 했다. 홍 원내대표는 “강원도당위원장이 지역구를 옮겨 출마한 것은 해당(害黨) 행위”라며 “최고위 의결 과정에서 되짚어 볼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에 날세운 홍익표 “여론조사 문제 드러나면 지도부 책임져야”
민주당 ‘밀실 사천’ 논란 洪, 27일 의총 열어 여론조사 논의… ‘자객 출마’ 김우영 경선배제도 요구 李대표측, 경선 결과 강행 방침 하위 10% 설훈 “李는 무슨 의정했나”… 평가결과-경선 불복기류 커질 듯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당 경선 여론조사 업체로 뒤늦게 추가 선정된 리서치디앤에이를 배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당내 경선 공정성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홍 원내대표가 친명(친이재명) 핵심인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이 리서치디앤에이의 추가 선정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소명할 것을 당 사무처에 지시함에 따라 ‘밀실 사천’ 논란이 지도부 내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친명 자객 공천’ 논란을 일으킨 김우영 전 강원도당위원장의 경선 진출에도 본격적인 제동을 걸고 나서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홍익표 “의총에서 여론조사 논란 소명하라”
홍 원내대표는 23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재명 대표 면전에서 밀실 사천 논란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홍 원내대표는 최고위 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당헌·당규에 정해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해 소명을 하고, 그에 따라 관련된 지도부 의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했다. 김 부총장을 정면 겨냥한 것. 친문 고민정 최고위원도 홍 원내대표와 함께 최고위에서 여론조사 문제를 거듭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의 공식 요구에 따라 당 선관위에서 리서치디앤에이를 실제 배제할지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의원들에게 보고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27일 열기로 했다.
홍 원내대표는 여론조사 외에 자객 공천 논란에도 본격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 특히 서울 은평을 ‘자객 출마’ 논란을 일으킨 김 전 위원장에 대해 “해당(害黨) 행위”라며 경선 배제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상임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강원 지역이 아닌 은평을 출마를 선언했다가 지도부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지만 출마를 강행했다. 홍 원내대표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한 경선 결정도 최고위에서 다시 한번 짚어볼 것”이라며 “많은 최고위원들이 김 전 위원장의 은평을 출마 당시에도 지적을 했기 때문에 별도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건 당의 사천 논란이 자칫 수습 불가 사태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관계자는 “공천 과정에서 ‘친문 찍어내기’ 정황이 짙어지자 친문 의원들이 홍 원내대표에게 강하게 문제의식을 전달했다”며 “이대로 가다간 총선에서 대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김근태 의원계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회장을 맡고 있으며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가깝다. 당 지도부가 홍 원내대표의 현재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임 전 실장을 배제하려는 것도 홍 원내대표의 문제 제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친문 인사는 “홍 원내대표는 친명 지도부가 임 전 실장이 아닌 이언주 전 의원 등 친명 인사들을 공천 후보로 검토 중인 상황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했다.
● 경선 및 하위 20% 평가 불복 기류 커질 듯
홍 원내대표의 요구대로 리서치디앤에이가 향후 당 경선 여론조사 과정에서 배제될 경우 경선 패배자 및 컷오프된 현역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은 “리서치디앤에이를 배제할 수는 있지만, 조사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현역 의원 평가 및 이미 진행된 경선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것. 이에 대해 1차 경선에서 컷오프된 한 비명계 의원은 “경선 과정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논란의 업체를 제외하겠다면서 기존 결과는 그대로 두겠다는 결정을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했다.
친이낙연계인 5선 설훈 의원은 이날 ‘하위 10%’ 통보를 받은 사실을 밝히며 “무슨 근거로 하위 10%에 들었는지 공개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향해 “지난 2년 동안 어떤 의정 활동을 하셨나. 같은 상임위원으로서 이 대표의 얼굴을 상임위장에서 본 것이 손에 꼽는다”고 비판했다.
전날 사실상 컷오프 이후 이틀째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노웅래 의원도 이날 “이런다고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는 이 대표를 향해 “명백한 공천 농단, 당권 농단, 직권남용”이라며 반발했다. 역시 전날 컷오프된 뒤 탈당한 서울 동작을 이수진 의원도 이 대표와 친명 지도부를 작심 비판하며 무소속 출마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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