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리더십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한국과 쿠바의 수교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6일 김종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슈브리프 ‘한국-쿠바 수교의 함의와 시사점’을 통해 “‘한국-쿠바’ 수교는 북한 내부에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미국과 서구에 대항하기 위해 반제 자주적인 국가들과 전략적 협조관계를 발전시킨다는 대외 전략을 제시했다. 반제 자주적 국가에는 러시아, 중국을 포함해 북한의 ‘형제국가’ 쿠바가 포함돼 있었다.
북한이 반미주의, 비동맹운동을 추진하는 데 핵심국가인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맺은 것은 김 총비서의 대외 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쿠바에 대한 배신감으로 김정은 정권은 대내외 전략에 상당한 혼란이 생겼을 것”이라며 “이를 입증하듯 북한은 한국-쿠바 수교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은 1990년 한국-소련(현 러시아) 수교, 1992년 한국-중국 수교를 사전에 인지하고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거나 내부적으로 맹비난을 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쿠바 수교 소식을 접하게 됐을 때 김정은의 리더십이나 체제 내부 결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내부적으로 한국-쿠바 수교 사실을 비공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매체들은 한국-쿠바 수교 사실은 물론 주북 쿠바 대사관을 비롯해 쿠바 동향을 전혀 전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16일) 82주년을 맞아 각국에서 받은 축하 소식 보도에서도 쿠바는 제외됐다. 쿠바가 매체에 등장한 것은 수교 발표 이튿날인 15일이 마지막이다. 한국-쿠바 수교 사실을 공개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간접적으로 쿠바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스스로 한국-쿠바 수교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하면서 쿠바가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수립할 명분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한국-쿠바 수교로 쿠바가 당면한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필요한 국가가 한국이라는 점도 입증한 셈이 됐다.
한국-쿠바 수교는 쿠바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비밀리에 수교를 추진했음을 감안해도 ‘북한 외교의 참사’라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북한은 1990년 한-소 수교 당시엔 1988년 소련 외상에게 ‘한-소 외교관계 정상화 시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 이외 사절단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했고, 1992년 한-중 수교 때는 중국이 김일성 주석에게 수교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선희 외무상을 비롯한 외무성 간부 등 북한 외무성의 무능력도 내부적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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