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전북 등 텃밭 유불리에 충돌
총선 44일전에도 결론 못내 혼란
위헌 소지 거론에 원점으로 유턴
강원선 서울 8배 ‘공룡 선거구’ 예고
여야가 4월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위한 ‘협상 데드라인’인 26일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이 불발되면 여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 제출안(案)대로 선거구를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과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이 획정위 안대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44일 남겨둘 때까지 각자 텃밭 의석수를 사수하기 위한 ‘치킨 게임’을 이어오다 “인구 비례가 맞지 않으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경고음에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 그동안 여야 합의안 도출을 기대하며 현장 표심을 다져온 예비후보들은 물론이고 유권자들도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획정위 안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강원 지역에선 서울 전체 면적의 8배에 달하는 ‘공룡 선거구’가 탄생할 전망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 민주당 “선관위 원안대로 29일 처리해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9일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선거가 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에 획정위 원안대로 통과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29일에 처리하자는 취지다. 홍 원내대표는 “획정위 안은 4곳의 신설과 4곳의 합구(合區)가 이뤄지는데, 4곳 줄어드는 곳이 (민주당 우세 지역이라) 일방적으로 민주당에 불리하다”면서도 “그런데도 민주당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획정위 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이) 이제 와서 획정위 안을 받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5일 획정위가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한 이후 여야는 80일 넘게 각자 의석수 유불리를 염두에 두고 계산기를 두들겨 왔다. 여야는 서울 종로를 비롯해 강원과 춘천 등 8개 선거구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데에는 잠정 합의했지만 전북과 부산 지역구 문제를 두고는 끝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는 부산에서 한 석을 줄이는 대신 전북 지역구를 10석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이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며 “그래서 결국 원안대로 가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북 지역을 현재 10석으로 유지하는 대신 부산도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 정수를 현행 47석에서 46석으로 줄이자는 제안까지 내놨지만 이 역시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막판 획정위 안 ‘유턴’에 반발하고 있다. 여야 간 잠정 합의 내용까지 모두 무효화할 경우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강원에서 ‘공룡 선거구’ 탄생이 불가피해진다는 것. 획정위 안에 따르면 강원 속초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6개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은 지역구가 만들어지는데, 해당 지역구 면적(4900km²)이 서울 전체 면적(605km²)의 8배를 넘는다.
● 현장선 “하루빨리 결정 내 달라” 아우성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선거 현장의 혼란은 극심해지고 있다. 특히 획정위 안대로 갈 경우 지역구가 줄어들게 되는 지역의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에 나섰다.
획정위가 4석에서 3석으로 합구를 제안한 경기 부천의 민주당 현역들은 이날 “오로지 국민의힘 텃밭 사수를 위한 짬짜미 제안”이라며 선거구 유지를 요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부천 지역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합구에 대비해 선거운동 전략을 짜는 것이 좋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면 여야가 늦어도 28일까지는 협상을 마쳐야 하는 만큼 획정위 안을 대체할 새 합의안 도출까진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국회 관계자는 “3월 초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서라도 처리가 가능하다”며 “막판까지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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