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한 채 보이스피싱 등 강요
지난달만 38명… 작년 94명 피해
구출도 어려워 국경 여행주의보
“해외 근무, 월 400만 원 고수익 보장, 비행기 티켓 제공….”
20대 박모 씨는 지난해 7월경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일할 근로자를 구한다면서 기본급만 400만 원, 숙식까지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보기술(IT) 능력이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고도 했다. 박 씨는 며칠 뒤 태국 방콕으로 출국했고, 태국 공항에서 업체 관계자를 만나 근무지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박 씨는 산악지대에 있는 허름한 호텔에 도착했다.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3개국의 접경 지대로 일명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지역이었다. ‘세계의 마약공장’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곳엔 카지노, 보이스피싱 업체들이 밀집해 있었다. 박 씨는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겼다. 이후 종일 온라인 불법 도박사이트를 관리하는 일만 했다. 업체는 “규정을 왜 안 지키느냐”며 그를 구타하기도 했다.
다행히 박 씨는 가족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고, 우리 당국에 피해를 신고했다. 마침내 지난해 11월, 다른 한국인 18명과 함께 구출됐다. 감금 4개월 만이었다.
28일 외교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박 씨처럼 ‘고수익 아르바이트’ 등 인터넷 게시글에 속아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으로 입국해 감금당한 뒤 불법 행위에 가담한 한국인 피해자는 지난달에만 38명에 달했다. 지난해 1월 대비 40% 늘어난 것.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취업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2021년과 2022년 매년 4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94명으로 급증했다.
20, 30대인 피해자들은 현지에서 보이스피싱 업체의 콜센터 직원 역할을 하거나,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피해자들이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한국인들이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감금되면 이들을 구출하는 게 쉽지 않다. 미얀마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영사 직원이 방문하려면 미얀마 군부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한다. 라오스 골든 트라이앵글 경제특구는 중국 카지노 업체가 2007년 부지를 장기 임차한 뒤 자치행정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라오스 경찰도 이 지역에 진입하기 어렵다고 한다.
정부는 취업 사기를 당하는 한국인들이 대부분 태국을 거쳐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으로 들어간 만큼, 태국 국경검문소 두 곳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를 다음 달 1일부터 발령한다. 특별여행주의보는 네 단계로 분류된 여행 경보 중 2단계 여행 자제와 3단계 철수 권고에 준하는 효과를 가진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얀마 일부 지역, 이달부터는 라오스 골든 트라이앵글 경제특구에 여행 금지에 해당하는 여행경보 4단계를 발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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