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역구 1석을 줄이고, 경기와 인천에서 각각 1석을 늘리는 ‘22대 총선 지역구 획정안’이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역구 의석이 1석 늘어나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1석 줄여 의석수 300석은 유지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원안은 서울과 전북에서 1석씩 줄이고 인천과 경기에서 1석씩 늘리기로 했는데 전북 의석수를 유지하는 대신 비례 1석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총선을 41일 앞두고 여야가 선거구를 확정하면서 최악의 늑장 사태는 피했지만 정치권에선 “비례대표를 줄여 인구 감소 지역을 살리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획정안에 따르면 22대 총선의 지역구 의석수는 254석으로 21대(253석)보다 1석 늘어난다. 비례대표 의석은 21대 47석에서 22대 46석으로 8년 만에 줄어든다. 서울에서 노원갑·을·병 3개의 지역구가 노원갑·을 2개로 줄어 서울 의석수가 49석에서 48석으로 감소한다. 노원갑(고용진·재선)·을(우원식·4선)·병(김성환·재선)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현역이 있는 곳으로 공천 단계부터 집안 싸움이 불가피해졌다.
경기에선 각각 4개의 지역구가 있는 부천, 안산이 각각 3개 지역구로 줄어든다. 그 대신 평택(2개→3개), 하남(1개→2개), 화성(3개→4개)에서 지역구가 1개씩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경기 전체에선 지역구 1석이 늘어나 60석이 된다. 합·분구가 이뤄지는 이들 지역은 평택을(국민의힘 유의동 의원) 지역구를 제외하면 모두 야권이 차지하고 있다. 인천은 서갑·을 지역구가 서갑·을·병으로 나뉘면서 1석 증가해 14석이 된다. 감석 논란을 빚던 전북은 의석수(10석)를 여야가 비례대표를 줄여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제3정당은 여야가 선거구 유불리를 따지다 뒤늦게 비례대표 의석수 감소로 합의안을 내놓자 “꼼수”라고 비판했다. 획정위는 “구체적 기준의 결정 주체, 방법이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채 정치권 협의에 의존하는 관행이 지속되면 선거구 지연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81석 중 찬성 171표, 반대 109표로 부결돼 폐기됐다.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 도입 법안도 찬성 177표, 반대 104표로 폐기됐다.
격전지 ‘낙동강 벨트’ 지역구 1석 늘어… 서울 노원 3석→2석 감소
총선 41일전에야 선거구 획정 부산 북-강서갑·을 분구로 경쟁 치열… 남갑·을은 통합, 현역 맞대결 가능성 경기 평택-하남-화성 1석씩 증가… 민주당 텃밭 부천-안산 1석씩 줄어 ‘늑장 선거구’에 후보-유권자 큰 혼란
29일 22대 총선 선거구가 획정되면서 여야의 계산이 분주해지고 있다. 부산·경남(PK) 격전지인 ‘낙동강 벨트’는 의석이 9석에서 10석으로 1석 늘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야가 양분하던 부산 남갑·을 지역구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석이 늘어나는 수도권에서도 여야가 의석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비례대표 1석을 줄여 선거구를 획정한 것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선거구 획정이 지연됨에 따라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유권자와 입후보 예정자”라고 지적했다.
● “낙동강 벨트 전투 더 치열해져”
부산 북·강서·사상·사하구, 경남 김해·양산시 등 낙동강 하구 지역을 포함하는 낙동강 벨트는 북구에서 1석이 늘었다. 기존 북-강서갑·을이 북갑·을, 강서로 나뉜 것. 북갑에서는 북-강서갑 현역 민주당 전재수 의원(재선)과 지역구를 옮긴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5선)이 그대로 맞붙을 전망이다. 북-강서을에서 단수공천된 현역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3선)과 민주당 소속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강서와 북을 중 한 곳에 투입될 전망이다. 여야는 이 지역에 추가로 한 명씩 투입해야 한다.
부산 남갑·을은 남 지역구 하나로 합쳐지면서 여야 현역 간 맞대결 가능성이 커졌다. 남갑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초선)이, 남을은 민주당 박재호 의원(재선)이 현역으로 있다. 두 의원 모두 단수공천을 받은 상황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남갑에는 박재범 전 남구청장을 단수공천해 박재호 의원과 단일화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서울은 노원이 갑·을·병 3석에서 갑·을 2석으로 감소하면서 선거구 수가 49석에서 48석으로 준다. 각각 민주당 고용진 우원식 김성환 의원 지역구여서 집안 싸움이 불가피하다. 이미 우 의원은 노원갑에 예비후보를 등록하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경기는 총 59석에서 60석이 된다. 각각 4석에서 3석으로 줄어드는 부천과 안산이 감석 대상이다. 모두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이 석권한 지역이다. 부천은 김경협(갑) 설훈(을) 김상희(병) 서영석(정) 의원, 안산은 전해철(상록갑) 김철민(상록을) 고영인(단원갑) 의원과 무소속 김남국(단원을) 의원 등이다.
경기 평택은 2석에서 3석으로 늘어난다. 현재 평택갑은 민주당 홍기원 의원, 평택을은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차지하고 있어 1석 증가분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 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다.
격전지로 분류되는 하남은 1석에서 2석으로 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지역 현역 민주당 최종윤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무주공산인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 이용 의원, 안철수계 김도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오세훈계 이창근 전 서울시 대변인 등 무려 11명이 몰렸다.
3석에서 4석으로 증가한 경기 화성도 관심이다. 현역인 민주당 송옥주(화성갑), 권칠승(화성병), 개혁신당 이원욱(화성을) 의원이 모두 재출마한 가운데 동탄1, 2신도시가 나뉘면서 새로 생길 지역구에 관심이 높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이 지역 출마를 고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천 서구도 2석에서 3석으로 늘었다.
● 획정위 “국민 의사결정에 중대한 지장”
획정위는 공직선거법상 유권자 인구수 기준에 따라 인구가 감소한 전북 전체 의석수를 10석에서 9석으로 1석 줄이라고 권고했다. 야당이 반대하면서 세 달 가까이 실랑이를 벌인 끝에 비례대표 1석을 줄여 10석으로 유지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최저 인구수를 맞추기 위해 4개 지역구가 조정이 불가피했다.
선거구가 뒤늦게 획정되면서 후보자와 유권자는 혼란이 불가피하다. 여야는 선거구를 선거일 1년 전까지 획정한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을 유명무실화시켰다. 여기에 더해 총선 41일 전에 획정안을 통과시켜 유권자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태도 되풀이됐다. 4년 전 21대 총선 때는 39일 전, 20대 총선은 42일 전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선거구 획정위는 “더 이상은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아 국민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구체적인 선거구 획정 기준이 법률에 명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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