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의힘에선 여당 공천 상황을 채용 시장에 빗댄 우스개 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이 전체 지역구(254개) 공천의 3분의2 이상을 확정지은 가운데 공천을 받은 후보자 2명 중 1명(50.9%)은 현역 의원 또는 전직 의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당 영입인사로 들어온 정치 신인 중 공천을 확정지은 인사는 12명으로 전체의 7%로 집계됐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한 시스템 공천이 “‘늙은 공천’ ‘현역 불패’로 정치 신인 등용문을 좁힌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역구 후보가 주로 ‘국회의원 경력직’들로 채워지는 것이다.
● “국회의원 경력직 공천 경쟁서 우위”
국민의힘이 1일까지 공천을 확정지은 22대 총선 지역구 후보자 171명 중 21대 현역 의원은 59명, 전직 의원은 28명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명찰을 달고 22대 총선에 나서는 후보 중 국회의원 경력이 있는 후보가 총 87명이다.
현역 강세 경향 속에 전직 의원들도 잇따라 본선행을 확정짓고 있다. 한강벨트 탈환에 선봉 역할을 맡긴 나경원 전 의원(4선·서울 동작을)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자객 공천’ 원희룡 전 의원(3선·인천 계양을)처럼 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공천을 하는 경우 뿐 아니라, 경선을 거친 전직 의원들도 대거 공천장을 따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선을 통해 공천을 확정지은 전직 의원은 10명이다. 국민의힘 텃밭 부산 연제에서 김희정 전 의원(재선), 대구 달서병에서 권영진 전 의원(초선·전 대구시장)이 경선에서 이겼다. 당이 ‘낙동강벨트’ 확보를 위해 김태호 의원(3선)을 경남 양산을로 전략적 재배치를 하느라 비게 된 지역구(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선 18, 19대 의원을 지낸 신성범 전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비워진 양지까지 전직 의원에게 내주는 게 맞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경기 김포을(홍철호 전 의원·재선) 등 수도권 험지나 야당과 번갈아가면서 이기는 ‘스윙 스테이트’ 지역에 집중적으로 전직 의원들을 단수공천하고 있다. 공천을 확정지은 한 여당 현역 의원은 “인적쇄신이 적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건 알지만 21대 총선 참패로 당세가 크게 쪼그라든 상황에선 모든 가용 자원을 박박 모아 ‘이기는 공천’을 핵심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영입 신인, 대부분 험지 배치
영입인사들은 정반대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9월 이후 총 46명의 인사를 영입했다. 당시 당시 여당은 “정치 신인들을 선거에 추천(공천)하는 과정에서 전략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영입 인재들은 우선적으로 지역 공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12명만 지역구 공천을 받았다. 정성국 전 한국교총 회장(부산진갑)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험지에 배정됐다. 일부는 아예 경선에서 컷오프됐다.
전직 의원에게 경선에서 진 한 예비후보는 “언제든 다시 국회로 돌아오겠다며 수년간 당원을 관리한 전직 의원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며 “신인에 대한 대폭 가점이나 정무적 우대가 없이는 정치 신인이 진입하기는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현재의 시스템 공천 아래에선 정치 신인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는 취지다. 당 관계자는 “정치 신인들과 영입인재는 국민의미래의 비례후보 추천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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