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을에서 이른바 ‘명룡대전’이 확정된 다음 날인 3일 오전 9시경 원 전 장관이 인천 계양구 박촌성당 앞에서 지역 주민에게 인사를 하던 중 이 대표가 탄 차량이 도착했다. 원 전 장관은 이 대표가 다가올 때까지 쳐다봤다. 이어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이 웃으며 악수하면서도 기 싸움을 벌인 것.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은 이날 계양을 지역에서 두 차례 마주치며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전날 이곳 현역 의원인 이 대표를 단수공천했다.
2022년 인천 계양을에서 보궐선거로 당선된 이 대표는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수성(守城) 전략에 돌입했다. 현직 당 대표로 상대적으로 언론 노출 빈도가 큰 만큼 ‘큰 인물론’으로 지역 민심을 파고들겠다는 게 이 대표 측의 전략이다. 보궐선거 때 내세웠던 김포공항 이전 등 논란성 공약은 피하는 대신에 계양테크노밸리 첨단산업단지 지정, 광역철도망 확충 등 지역 밀착형 공약으로 승부할 계획이다. 이 대표 측은 “지역 여론은 우세한 상태다. 보궐선거 때 격차(10.49%포인트)보다 큰 격차로 승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도 “당 대표이다 보니 지역 활동이 부족한 점은 고민”이라고 했다.
지난달 15일 먼저 단수공천을 받은 원 전 장관은 일찌감치 지역 선거를 준비하면서 ‘공성(攻城)’ 전략을 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 출신인 그는 계산역 인근 선거사무소에 대형 현수막을 걸고 ‘원희룡이 진짜 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지하철 2·9호선 연장’을 약속했다. 유세 현장마다 축구선수 출신 이천수 씨를 대동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동아일보에 “하루하루 변화하는 민심을 느끼고 있다”며 “굳어져 있는 민심을 녹여내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 중 일부 시민에게 냉대를 받는 등 민주당 초강세 지역의 벽을 실감하는 것이 원 전 장관의 고민이다.
38일 뒤 인천 계양을에서 맞붙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3일 선거운동 도중 두 차례 마주치며 신경전을 펼쳤다. 주로 원 전 장관이 선거운동 장소에 먼저 도착한 뒤 이 대표를 기다려 짧은 만남이 이뤄지는 식이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9시 박촌성당에 이어 오전 11시경 인천 계양구 계산제일교회에서도 마주쳤다. 이 대표가 차에서 내리자 지지자들이 함께 셀카 촬영을 요청하면서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러자 그 앞에 있던 원 전 장관도 이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며 “(미사에 이어) 예배도 같이 드리게 됐습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네네”라고만 답하고 예배당으로 곧장 향했다. 이 대표는 옆에 있던 축구선수 출신 이천수 씨와도 악수를 하면서 “수고가 많습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계양을을 이재명 대표 공격의 최전선이자 최고 전략 지역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원 전 장관이 기세 있게 밀어붙이면서 이 대표를 지역에 가두는 효과를 기대한다”며 “당 지도부가 원 전 장관의 공약에 힘을 실어주고 지역을 찾는 등 화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계양을 선거가 ‘이겨야 본전’인 만큼 굳이 전국적 주목도를 높이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계양을 승패에 따라 이 대표가 중대한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인식 아래 민심 흐름을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다.
● 野 “선거구 조정으로 더 유리해져”
이 대표 측은 현역 의원 프리미엄과 인천 계양을 내에서 여전히 강한 당 지지율을 최대한 누리며 수성전(守城戰)을 치르겠다는 전략이다.
인천 계양을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6대 총선부터 18대 총선까지 3선을 하고 20, 21대 총선에서도 당선되며 5선을 한 곳이다. 2010년 한나라당 이상권 후보가 이긴 보궐선거를 제외하곤 2000년대에 진행된 8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7번을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최근 KBS가 한국리서치와 함께 인천 계양을 거주 성인 500명(2월 17∼19일,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표는 44%, 원 전 장관은 34%로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인천 계양을 선거구 조정이 이뤄진 점도 이 대표에게 유리한 변화로 꼽고 있다. 당초 계양갑이었던 작전서운동이 계양을로, 계양을이었던 계산1, 3동은 계양갑에 속하게 됐다. 계양구 내 신도심으로 꼽히는 작전서운동은 젊은층 거주 비율이 높아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구도심인 계산1, 3동은 고령층 원주민 비율이 높아 국민의힘에 유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유리한 지역이 포함되고 불리한 지역이 빠지면서 지역 표밭이 더욱 좋아진 것.
다만 민주당은 인천 지역 민주당 정치인들이 주축이 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더해 최근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횡사’ 공천 파동이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아 현행 선거법상 외부 대형 현수막 게첩과 명함 교부가 불가능하다. 이 대표 측은 “현역 의원 신분인 데다 당 대표로서 언론 노출이 워낙 많은 만큼 예비후보 등록을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했다.
● 與 “이재명 공격 최전선으로 지원”
반면 공성전(攻城戰)을 펼치고 있는 원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작전서운동 상가 골목을 구석구석 훑으며 선거운동을 벌였다. 원 전 장관은 한 가게 상인과 악수하며 “여기를 (지역 개발로) 완전히 뒤집어 놓겠다”고 했다. 한 시민은 원 전 장관을 향해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꼭 당선되세요”라고 했다. 건물 2층 가게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원 전 장관은 선거 분위기에 대해 “지역 주민 사이에서 그동안 ‘투표해봤자 안 될 것’이란 체념이 있었다면 이번엔 ‘반드시 바꿔보자’는 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이걸 최대한 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여전한 민주당 강세 분위기는 부담이다. 실제로 이날 마트 등에서 만난 젊은 여성들은 원 전 장관의 인사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28일엔 원 전 장관이 유세 도중 한 식당에 들어갔다가 한 시민이 “아 밥맛 없게, 저리 가라”라고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원 전 장관은 열세를 뒤집을 카드로 ‘지역 맞춤형’ 공약을 연달아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에 작전서운역을 추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원 전 장관은 “주민들은 지역 발전을 원하는데 민주당이 그동안 너무 일을 안 했다”며 “상습 교통 정체와 주차난 등에 대해 파격적인 공약을 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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