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안’ 가결파 대거 탈락
‘하위 20% 감점’이 결정적 역할
비명 “당원들이 낙인, 어떻게 이기나”
친명 “지역 관리 잘했으면 안뒤집혀”
“당원의 뜻을 거슬러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 당원들이 냉혹하게 표결한 결과다.”(친명계 지도부 의원)
“‘피의 수요일’ 우려가 현실이 됐다. 당 지도부가 하위 20%로 낙인을 찍고 당원들이 좌표를 찍는 구조에서 어떻게 경선을 이기겠나.”(비명계 재선 의원)
7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전날 현역 의원 하위 20%에 포함된 비명(비이재명)계가 무더기로 탈락한 것을 두고 “개딸(강성 지지층)이 주도하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사실상 완성됐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이 대표도 이날 “민주당은 당원의 당”이라고 공개적으로 강조한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는 “더 이상 당원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후보는 당에서 공천을 받을 수 없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명계는 “비명 멸족 수준”이라며 “비명친문도, 비명도 모두 사라진 ‘이재명 사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체포동의안 가결파 대거 탈락
전날 경선에서 탈락한 비명계 현역 의원은 대부분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 호소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성 당원들에게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고 공격을 받아 왔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박광온 의원은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친명계 의원 및 당원들의 거센 반발에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사퇴했다. 경선에서 탈락한 강병원, 윤영찬 의원도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성명서에 실명으로 이름을 올려 강성 지지층의 표적이 됐다. 두 의원은 그 당시 강성 지지층이 만든 ‘수박 감별 사이트’에서 가장 높은 ‘당도 5’를 받았다. 함께 ‘당도 5’로 분류됐던 김종민 의원은 탈당했으며, 최종윤 의원은 불출마했고, 홍영표 의원은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당시 ‘당도 4’였던 박용진 의원도 이번 경선에서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어제 경선 결과를 개별적으로 체크해 봤는데 현역 의원이 진 경우 대부분 감산과 관계없이 결판이 났다”며 “과거 어떤 경선에서도 당원과 국민에 의해 현역이 대거 탈락한 적은 없다. 누군가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친명계도 “당원들의 뜻을 거슬렀던 의원들의 자업자득”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180석을 준 건 강하게 싸우라는 뜻이었는데 그걸 못 하지 않았냐”며 “구태 이미지 정치인이 정치 신인으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 비명계 위주 ‘하위 20%’ 평가도 발목
일반 시민과 권리당원 투표를 각각 50%씩 반영한 민주당 경선에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20% 포함 여부가 결국 승패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경선에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는 득표의 30%를, 하위 10∼20%는 20%를 감산하는 규정을 적용했다.
박광온 의원의 경우 신인인 김준혁 한신대 부교수에게 최종 합산 결과 0.15%포인트 차로 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의원 측은 “현역 평가 하위권에 들어 20%의 감점을 받은 것이 컸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하위 10%에 포함된 김한정, 윤영찬 의원 역시 감산 페널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의원과 가까운 관계자는 “경선에서 이긴 친명계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은 직전까지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준비하다가 뒤늦게 윤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냈다”며 “윤 의원의 감산과 이에 따른 지지자들의 좌표 찍기가 없었다면 물리적으로 이 의원이 이기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고 했다.
반면 친명계에선 현역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한 건 지역구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한 친명계 관계자는 “하위 감산이 있었어도 현역 의원인데 평소 지역 관리를 잘해 왔으면 절대 뒤집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만큼 경쟁력이 없었다는 의미 아니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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