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출발 후 닷새간 5개국 거쳐 北에
화물 하역-선적 후 2시간만에 떠나
“민간업체지만 러軍 수송 임무도”
러시아의 민간 대형 화물수송기가 6일 모스크바를 출발한 후 닷새 만인 11일 북한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수송기는 평양에 도착하기까지 타지키스탄과 인도, 스리랑카, 베트남, 중국 등 5개국을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미 당국은 이 항공기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와 관련된 화물 운송 가능성을 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복수의 민간 항적 추적 사이트와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러시아의 대형 화물기인 일류신(IL)-76 1대가 11일 오전에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항공기는 도착 2시간여 뒤 이륙해 중국 쪽으로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의 선적이나 하역 작업을 마친 직후 북한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이 항공기는 6일 모스크바의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을 이륙해 타지키스탄의 두샨베 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7일에는 인도 뭄바이, 8일에 스리랑카 콜롬보, 9일 베트남 하노이를 거쳐 10일에 중국 상하이에 착륙한 뒤 그 다음 날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이 항공기는 러시아의 예카테린부르크에 본사를 둔 민간 화물 항공사인 아비아콘 에어카고(Aviacon Aircargo) 소속으로 파악됐다. 1995년 설립된 이 업체는 5대의 IL-76 수송기를 운용 중인데 이 가운데 4대가 지난해 1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에 평양에 들어간 기체도 당시 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항공기로 알려졌다.
이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특대형 화물 수송, 정부 차원 및 군사적 공수, 위험한 물자 수송, 인도주의적 지원 구호 수송 등을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민간 업체이지만 러시아군의 각종 수송 임무도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한미 당국은 해당 화물기가 모스크바를 이륙한 직후부터 위성을 비롯한 감시자산으로 이동경로와 선적 화물의 종류 등을 집중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무기 관련 장비·부품의 이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 앞서 미 국무부는 올해 1월 러시아의 상업용 항공 화물 서비스 업체가 지난해 11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화물을 운송하는 데 관여했다면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다른 소식통은 “러시아의 민간 대형 수송기가 평양에 들어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며 “북-러 간 모종의 거래와 관련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IL-76은 최대 56t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북한 고려항공도 3대가량 운용하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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