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 후보자 4명의 교체를 요구한 가운데, 반미 성향 단체 활동 이력으로 논란이 됐던 전지예, 정영이 두 후보가 12일 사퇴했다. 10일 시민단체 여성 몫 비례 1, 2번으로 뽑힌 지 이틀 만이다. 전 후보는 사실상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1번으로 선출된 상황이었다. 이들을 포함해 시민단체 몫 후보 4명을 선정한 연합정치시민회의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심사는 정해진 절차와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졌다”며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민주당의 부화뇌동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시민사회 측이 후보를 교체하지 않을 경우 더불어민주연합 차원에서라도 후보를 바꾸겠다는 방침이라 파행 가능성도 예상된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전날 밤 12시까지 최고위원회를 열고 시민사회 추천 인사에 대한 재추천을 공식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대표가 연합정치시민회의 측에 13일까지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했다.
민주당의 후보 교체 압박이 이어지자 전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후보로 등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민사회 측에 전달했다”며 “민주진보시민사회의 연합 정치 성과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 후보도 “여당의 치졸한 정치 공세에 종북몰이의 빌미로 쓰여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감추는 핑곗거리가 되느니 여기서 도전을 멈추고자 한다”고 했다. 전 후보는 한미 연합훈련 반대 단체 출신인 점이, 정 후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이력이 논란이 됐다.
연합정치시민회의 측은 “전 후보와 정 후보는 명백한 결격 사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사자가 등록을 포기했으므로 본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들의 등록 포기를 강요한 환경과 조건에 대해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연합정치시민회의가 끝내 후보 재추천을 하지 않을 경우 더불어민주연합이 직접 후보자를 재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자당(自黨) 몫의 비례대표 후보 20명 추천을 마무리했지만, 시민사회 몫 추천이 지연되면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최종 순위 결정은 늦어지고 있다. 당내에선 “무리하게 야권 연합 위성정당을 추진한 이재명 대표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어차피 위성정당인데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준(準)’위성정당이라고 강조하느라 후보 추천권을 내주고 논란을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종북 논란’ 비례후보 침묵하던 이재명, 파장 커지자 “국민 눈높이로”
야권 비례연대 파열음, 무슨 일이 민주 지도부, 10일 李에 우려 전달… “진보당 우회 상장” 잇단 지적에 선회 당내 “정체성 다른 세력 끌어들여… 李 준위성정당 선언때 문제 예견”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야권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시민사회 몫으로 추천된 비례대표 명단에 대한 민주당 최고위원들의 비판과 불만이 쏟아졌다. 한 최고위원은 “진보당이 편법을 쓴 거 같다. 자기들 몫으로 비례대표 당선권에 3명을 받았으면서 우회상장하듯 시민사회 몫으로 또 들어온 거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최고위원도 “진보당 측에서 너무 과욕을 부렸다”고 동조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더불어민주연합을 꾸리며 당선권 2, 3자리를 진보당이 가져간 상황에서 시민사회 이름으로 또다시 진보당 계열 인사들이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자 반발이 터져 나온 것. 민주당 내에서는 “이런 사람이 들어오는 걸 몰랐다고 하면 무능력한 것이고, 알면서도 못 막았다고 하면 더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준(準)위성정당’을 추진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나왔다.
● “진보당 우회상장” 최고위서 연이틀 논란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0일 연합정치시민회의가 반미 성향 단체 활동 등의 전력이 있는 전지예 전 서울과학기술대 총학생회 부회장과 정영이 전 구례군 이장을 비례 상위 순번으로 선정한 직후 즉각 민주당 내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전 후보가 심사위원단 평가에서 50점 만점을 받아 여성 중 1등을 차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심사 과정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10일 밤늦게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은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군의 ‘반미’, ‘종북 논란’ 등이 향후 총선 구도에서 최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이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우려에 대해 이날은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다음 날에도 사그라들지 않자 민주당은 11일 밤에도 추가로 최고위를 소집해 밤 12시까지 시민사회 추천 인사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 대표도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이날 오후 충남 천안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인선과 의사 결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면서 전날과 달라진 입장을 내놨다. 결국 최고위에선 연합정치시민회의에 재추천을 공식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당 지지율 반등 차원에서 이해찬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고민정 최고위원과 힘을 합치고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진보당과의 과도한 선거 연대가 악재라는 반발이 커지자 이 대표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시민사회 인사들 ‘무(無)검증’ 합류
당초 민주당은 범야권 위성정당을 추진하면서 원내 6석인 녹색정의당을 최우선 연대 대상으로 고려했다. 그러나 녹색정의당이 위성정당 불참을 선언하자 범야권 연대 명분 상실을 우려한 지도부는 급하게 시민사회 세력에 합류를 요청하며 연합정치시민회의를 참여시켰다.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인 박석운 씨는 과거 광우병 시위를 주도했고, 조성우 씨는 이적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 활동에 따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음에도 이들에게 당선권에 들어갈 비례대표 후보자 4명 추천을 맡긴 것.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원내 정당이 아닌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준위성정당’을 공식화하면서 애초에 문제가 예견됐음에도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도부 의원은 “이 대표가 준연동형을 선언한 이후 ‘모든 시민사회와 연대를 해야 승리한다’며 정체성이 다른 세력까지 끌어들이면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이 공개됐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막상 최종 후보를 뽑고 난 뒤 이를 번복한 것은 책임 방기”라면서 “사실상 지도부가 논란을 자처한 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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