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수장이 내주 서울에서 대면 협의를 가진다. 19일 만에 진행되는 이번 협의에서 한미는 북한의 ‘핵보유국’ 관련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오는 18일 오찬 회담 형식의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지난달 28일 미국에서 개최된 한미 외교장관회담 이후 불과 19일 만에 열리는 것으로 최근 한 달 사이 한미 외교수장이 세 번의 만남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외교부와 국무부에 따르면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민주주의 협력·한미동맹 강화 방안을 비롯해 한반도 지역과 글로벌 정세 등 상호 공통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양측은 북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빈틈없는 한미 공조 방안을 다루며 최근 긴밀해지고 있는 북러 간 군사협력에 대해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인 고급 리무진(사치품)을 선물하고 북한의 ‘염원’인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만남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야노보스티(RIA) 통신 및 로씨야1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체적인 핵우산을 가지고 있다”라며 “그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도움도 요구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공격 가능성에 ‘방어적’ 성격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해 줄 여지도 있다.
외교가 안팎에선 푸틴 대통령이 이날부터 시작된 대선에서 재선된 후 북한을 찾아 ‘북러 원자력 협정’ 등 핵 관련 합의를 발표할 경우, 러시아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평가받는 인도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보유를 추진하다 끝내 지난 2008년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며 사실상의 핵보유를 인정받은 것과 비슷한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 외교수장이 이번에 ‘북한을 절대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 또는 ‘국제사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 발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아울러 이러한 공통의 메시지 발신은 최근 미국 행정부 고위당국자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중간 단계’(interim steps)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힘에 따라 증폭되고 있는 북미 간 ‘핵 동결·군축 협상’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핵 동결 및 군축 협상 역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의 핵을 동결하겠다는 건 결국 상응조치로 대북제재 해제가 뒤따르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곧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최근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염두에 두고 이번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승리한 뒤 연설에서 북한이 핵능력(serious nuclear power)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발언의 의미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고,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미국이 ‘북핵 반대’에 대한 선명한 입장을 통해 여론을 환기하려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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