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성 출국’ 논란의 중심에 선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21일 귀국길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 대사는 싱가포르를 경유해 이날 오전 9시 35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당초 그는 이날 새벽 5시쯤 귀국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실제 도착은 이보다 약 4시간쯤 지난 뒤였다.
이 대사의 귀국 일자는 기밀에 가까운 듯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이 대사의 일정과 관련해 그간 철저히 함구해 왔다. 각종 의혹으로 인해 여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고, 공직자인 대사의 일정을 묻는 언론의 질의에도 요청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취재진과 이 대사의 숨바꼭질은 전날 이 대사의 ‘귀국 예정’ 사실이 확인된 뒤부터 24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호주발 한국행 모든 비행기의 시간표를 확인하던 도중 이 대사가 이미 싱가포르에 도착해 이날 새벽에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예정이라는, 당초 예상과 다른 일정이 확인됐다.
이같은 ‘깜깜이’ 상황은 이 대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야당에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밤 ‘긴급공지’를 통해 “이 대사가 21일 오전 5시 16분 대한항공으로 2터미널 B입국장으로 귀국한다”라며 소속 의원들에게 현장에서 피켓시위에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하지만 이 대사는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넘긴 오전 9시 35분께 입국했다. 전과 달랐던 것은 외교부가 이 대사의 귀국 시간을 언론에 공지했다는 것, 그리고 이 대사가 취재진 앞에서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 대사는 덤덤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고 “저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선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기 때문에 여러 의혹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또 이번 ‘일시 귀국’은 “방산협력과 관련 주요 공관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며 “체류하는 기간 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일정이 조율돼 조사를 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라며 각종 의혹에 대해 ‘정면돌파’ 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사의 조사가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 대사가 참석할 ‘공관장회의’의 일정도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이 대사가 다시 호주로 돌아가는 일정은 공관장회의의 일정과 이 대사에 대한 공수처의 소환조사 여부가 확정된 뒤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각종 논란을 감안해 이 대사가 총선 후에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