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조선이 러시아로부터 정유를 수송받기 위해 최근 최소 5차례 러시아 보스토치니항을 드나든 것이 확인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정유 수송이 이뤄진 건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으로 정유 수출을 제한한 대북 제재를 채택한 이후 처음이다.
이날 FT가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로부터 공유 받은 위성 사진에 따르면 북한 유조선은 이달 7일을 시작으로 10일, 13일, 14일, 22일 보스토치니항에 방문했다. 이후 이 유조선이 북한 청진항에서도 발견됐다. FT는 “이 선박들이 모두 러시아 석유회사가 운영하는 정박지에서 짐을 싣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스토치니항을 드나든 유조선 중 1척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구매한 ‘백양산 1호’였다. 1995년 건조된 중량 2998t의 노후 선박으로, 유엔은 2018년 이미 북한이 이 선박을 정유 밀수에 이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선박들은 모두 국제법상 해상에서 반드시 켜야 하는 선박 위치 발신장치(트랜스폰더)를 끄고 운항했다. 조지프 번 RUSI 선임 연구원은 “일부 선박들은 유엔 지정에 따라 외국 항구에 입항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선박들”이라며 북한과 러시아가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정유 수송은 북한이 러시아로 무기를 수송한 뒤에 이뤄졌다. 앞서 RUSI는 지난해 8월에도 러시아 선박이 북한 나진항에서 탄약 등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컨테이너를 싣고 러시아 두나이항으로 돌아간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FT에 “북한은 지난 7년간 정유 제품을 구하려면 복잡하고 값비싼 범죄 중개 네트워크와 해상 환적을 거치면서 막대한 웃돈을 지불해야 했다”면서 “지금은 러시아로부터 안정적인 정유 확보가 가능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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