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권에서 “21대 총선 의석 수( 103석) 확보도 어렵다”는 위기론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여의도 정치를 끝내겠다”며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 카드를 꺼냈다. 4년 전 야당 시절 당 지도부가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던 국민의힘이 4·10 총선을 2주 남기고 선회한 것은 최근 불리한 판세에 몰린 서울 한강벨트 및 충청권 표심을 다잡고,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덮을 이슈 선점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이전을 놓고 국회법 개정 등 과제도 적지 않다. 21대 총선 당시 세종 이전을 추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총선 이후 여야 협조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내린 행정수도 이전법에 위헌 결정에 따라 개헌 사항인지 도 쟁점이다.
● 與 “한강벨트-충청 판세 뒤집을 승부수”
한 위원장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세종시 정치 행정 수도 완성과 서여의도 고도제한(75m) 및 여의도 인접 구(區)인 마포 영등포 동작 양천 용산 지역 규제 해제를 통한 개발을 약속했다. 여당 관계자는 “4년 전 민주당의 세종 이전 제안에 허를 찔렸던 만큼 의제를 선점해 서울 한강벨트의 개발 욕구를 자극하고 캐스팅 보터로 분류되는 충청권 판세 뒤집기를 꾀하는 승부수”라고 말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국회 세종 이전을 반대했던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은 통화에서 “개발 및 고도제한구역 해제로 여의도와 양천 등 서남권 민심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균형발전과 서울 시민의 삶 증진 모두 부합하는 게 국회 세종시 이전이라면 제가 생각을 바꾸는 것이 올바른 정치”라고 입장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의사당 담장을 허물고 시민 누구나 접근이 편리한 생태녹지공원을 만들겠다”고 환영했다. 정진석(5선·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은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 가슴이 벅찬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시 설치에 대해 속도를 내겠다며 지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국회 세종시 이전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안다”고 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추진해 온 의제”라며 애초 민주당이 추진해온 정책임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27일 충북 청주에서 “야당은 반대하지 않는다”며 “여당이 협조적이지 않을 때 관련 예산과 법안을 민주당 주도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의원은 “2020년 7월 민주당은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국회와 청와대 이전을 제안했다”며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고 여의도에 눌러 앉길 바랐던 건 지금의 국민의힘”이라고 했다.
● 개헌 여부 판단 쟁점
국회 세종 이전은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국회는 2021년 9월 국회 분원 세종의사당 설치를 담은 국회법이 본회의를 통과해 세종으로 국회 분원 이전을 추진 중이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법 개정 등 법률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본원이 이동되려면 국회법을, 상임위원회 전체가 이동하려면 국회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특히 개헌 필요성 판단이 쟁점이다. 주요 선거국면마다 단골 공약이었던 국회 세종 이전이 실현되지 못한 배경에도 헌재의 2004년 위헌 결정이 있었다. 헌재는 “수도는 통상적인 의미에서 대통령과 국회가 소재하는 곳을 말한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법학자들은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전체가 세종시로 간다면 그건 수도를 이전하는 것이라 개헌 사항”이라며 “헌재가 판례 변경을 하지 않는 한 입법을 새로 해도 위헌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상황실장은 “헌법적인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개헌 등의 대책 없이 국회 완전 이전만 주장하는 건 국회 이전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종합상황부실장인 홍석준 의원은 “수도는 통수권자가 있는 곳이다. 국회의 완전한 이전이 반드시 한법개정 사항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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