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막을 올렸습니다. 매일 정말 코미디 같은 발언과 명장면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치인들 스스로가 정치를 우습게 만드는 순간들입니다.
김남국 “몰빵”
코인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가,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입당한 김남국 의원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 2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선거 출정식에 식빵 모자를 쓴 채 나타났습니다. 손에는 ‘몰빵’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습니다. ‘더불어몰빵’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가 아니라 지역구도 민주당, 비례대표도 민주연합에 표를 몰아달라는 의미의 구호죠. 코인에 몰빵 투자하더니, 비례대표 투표도 몰빵하랍니다.
가가호호, 가가국민…51.7㎝ 투표용지 촌극
투표장에서 받아보실 비례대표 투표용지입니다.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 등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을 비롯해 무려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서 길이가 무려 51.7㎝에 이릅니다. 역대 가장 긴 투표용지라죠. 개표용 기계가 읽을 수도 없는 길이라 100% 수작업으로 개표하게 생겼습니다.
현역 국회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는 원내 정당들이 더불어민주연합(3번), 국민의미래(4번)에 이어 녹색정의당(5번), 새로운미래(6번), 개혁신당(7번), 자유통일당(8번), 조국혁신당(9번) 순으로 배치됐고 그 뒤로는 원외 정당들입니다. 원외는 가나다순으로 배정이 되다 보니 ‘가’자로 시작하는 당 간 자리다툼도 치열했습니다.
국민의힘 출신 민경욱 전 의원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이 원외 1등이 될 줄 알았나 봅니다. 그는 3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등입니다!”라고 썼는데, 기쁨도 잠시, ‘가가국민참여신당’이 치고 들어왔습니다. 원래는 ‘국민참여신당’이었는데 당명에 ‘가가’를 붙여 새로 등록했다죠. 반공정당코리아도 정식 당명에 ‘가나’를 붙여 ‘가나반공정당코리아’란 의미로 12번을 차지했습니다. 치열합니다.
한동훈 “정치를 개 같이 해” vs 정청래 “개에게 사과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선거 운동 첫날부터 다소 흥분했나 봅니다. 그는 3월 28일 오전 서울 신촌 집중 유세에서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 자체에는 죄가 없다”고 외쳤습니다. 평소 그의 조곤조곤 화법과 비교하면 수위가 세네요. 한 위원장의 막말 논란을 놓칠 민주당이 아니죠. ‘선거전문정당’ 답게 민주당은 즉각 무학대사의 ‘불안돈목(佛眼豚目·부처님 눈으로 보면 다 부처로 보이고 돼지 눈으로 보면 다 돼지로 보인다)’는 고사를 인용하며 여유 있게 받아쳤습니다. 민주당 김민석 상황실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들이 저열하게 갈 때 우리는 고상하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미국 선거 격언을 언급하며 “저희는 남아 있는 기간 동안 내내 품격 있게 국민들 앞에 지지를 호소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하더군요. 하지만 하지 말란다고 안 할 민주당 의원들이 아니죠. 정청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한동훈에게 경고한다”며 “반려동물 가족들에게 사과하라! 개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적었습니다. 아 정말 너무 웃기네요.
한동훈 가발 벗기기 공약
구속 중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차린 소나무당도 ‘옥중 창당’부터 ‘옥중 출마’까지, 각종 황당 이슈로 연일 화제죠. 최근 온라인상에선 ‘소나무당의 파격공약’이라는 글이 ‘밈’처럼 빠르게 확산됐는데, ‘한동훈 끌고 와 국감에서 가발 벗기기’, ‘윤석열 사형’, ‘친일파 무덤 파묘’ ‘서울대 폐지 및 모든 국공립대 통폐합’ ‘언론 전면 개혁’ 등 온갖 거칠고 황당한 주장들이 담겨 있습니다. 소나무당에 직접 확인해보니 당의 공식 공약은 아니고, 소나무당 비례대표 2번을 받은 변희재 후보가 유튜브에서 해 온 말들이라 합니다.
인요한 “이종섭, 외국에선 이슈도 안 돼”
지난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아 ‘변화’와 ‘통합’, ‘미래’를 외치던 인요한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서 당선권인 비례대표 8번을 받고, 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은 것도 정말 우스운 일입니다. 불과 지난해 11월만 해도 “(국민들은) ‘그동안 당에 책임 있는 분들이 변화하려는 의지가 과연 있는가’를 지켜보고 있다. 이런 국민의 뜻을 엄중히 생각하고 당이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부터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맞는 말 대잔치’를 하시던 분이 이제 와서 위성정당 비례대표라뇨. 너무 ‘내로남불’ 아닙니까.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인 후보는 연일 여당의 ‘엑스맨’에 가까운 발언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3월 27일 이종섭 주호주 대사 출국 논란에 대해 “사실 외국에서는 이슈도 안 된다”며 별문제가 아니란 취지로 언급했는데 이틀 만에 이 대사는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29일엔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해 “다 지나간 일”이라며 “제가 뉴욕에서 4년을 살았는데, 마피아도 아이와 부인은 안 건든다”라고 또 해외와 비교를 했습니다. 이럴 땐 상당히 외국인 같은데, 한동훈 위원장의 ‘개’ 발언 막말 논란에 대해선 “전라도 말로 ‘짠해 죽겄다’라고 감싸더군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국 “내 딸은 국법 질서를 지키고 있다”
“리보크(Revoke, 철회)가 아니라 반납했다고요. 발런테럴리(Voluntarily, 자발적으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3월 27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기 딸 관련 문제를 묻는 질문에 “(내 딸은) 학위와 의사면허를 스스로 반납했다”라고 답했는데, 이를 통역사가 ‘리보크’라고 통역하자 ‘자발적’이란 의미를 담아서 다시 말해달라고 요구한 거죠. 영어로 하면 ‘발런텔럴리 리턴드’라네요. 또 하나 배워갑니다.
조 대표는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도 딸 얘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내 딸은 자의의 결정으로 스스로 학위와 의사 면허를 반납했다. 표창장 제출 과정에서 딸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건 판결문에도 나와 있지만, 딸은 그걸 다 받아들이고 새 삶을 살고 있다. 즉 국법 질서를 지키고 있다. 수사 다 받았고, 비난도 다 받았고, 벌도 받았고, 문제의 표창장으로 받은 이익을 스스로 다 삭제했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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