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나베”…여야 대표, 지지층 결집 노려 저질발언 쏟아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3일 19시 23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별명이 무엇인지 아느냐.”

4·10총선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3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충북 충주 제천, 강원 원주 등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에게 민주당 이재명 대표 ‘별명’을 말하도록 수 차례 유도했다. 지지자들은 그때마다 ‘X재명!’ ‘X!’이라고 외쳤다. ‘X재명’은 이 대표가 과거 형수에게 뱉은 욕설 논란과 관련해 이 대표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 대표는 이날 창원 의창 유세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4·3 (사건을) 폄훼하고, 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자기 조그마한 이익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목숨도 큰 재산도 다 파괴하는 사람은 눈이 이렇게 쫙 찢어져서 얼굴에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손으로 눈을 찢는 시늉을 해보였다. 지지층도 “맞습니다”며 동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저질 막말이나 묻지마 비난을 자제시켜야 할 여야 대표가 오히려 상대 비하가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막말 총선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

●한동훈 “이재명 일베 출신”

한 위원장은 이날 강원 춘천 유세에서는 이 대표를 향해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 출신’이라는 말을 네 차례 반복했다. 이 대표가 이날 4·3행사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4·3 학살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정치집단”이라고 말한 것을 반박하면서다. 앞서 이 대표 측은 “가입만 돼 있을 뿐, 실제 활동한 내용은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을 향한 막말을 반복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2일 민주당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를 향해 “쓰레기 같은 극단주의자”라고 했고 이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싸잡아 “너무너무 구질구질하고 찌질하다”고 했었다. 한 위원장은 ‘이-조 심판론’을 띄운다는 의도로 ‘범죄자’, ‘감옥’, ‘쓰레기’, ‘깡패’ 등 거센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당내에선 “한 위원장이 말조심 하라더니 총선 패배 위기감에 조급함이 발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공식 선거 운동 전날인 지난달 27일 “우리가 더 절제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고 했다가 다음날 곧장 “개같이”라고 발언했었다. 당 중진 의원은 “중도층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재명 “나경원은 나베”

이 대표는 경남 창원 유세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면서 “코로나19로 장사 안 되고 먹고 살기 어려울 때 가구당 100만 원 안 되는 돈 지역화폐를 줘서 그 돈이 돌아 6개월 먹고 살만했다”며 “한심한 분들아”라고 비난했다. 또 경남 창원성산 유세에서 “북한보다도 못한 200대 무역 적자 국가로 전락하지 않았느냐”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전날엔 서울 동작을 지역 유세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를 향해 ‘나베’(나경원+아베 전 일본 총리‧냄비라는 뜻의 일본어)라고 불렀다. 지난달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나 후보를 겨냥해 ‘냄비는 밟아야 제맛’이라는 홍보물을 올렸다가 여성 비하라는 비판을 받았는데도 이 대표가 이를 또 언급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2차 가해”란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21일 전북 군산에서 황상무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의 ‘언론 회칼 테러’ 발언을 패러디하며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 대XX 깨진 것 봤지. 조심해. 농담이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민주당 내에선 당 선거를 이끄는 수장의 입이 리스크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당 후보들에게 언행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해놓고 자신이 가장 막말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도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며 여야 수장 간의 ‘막말 대결’에 가세하고 있다. 1일에는 “한동훈이 (롯데) 자이언츠 팬을 참칭한다”며 “칵(콱) 쎄리(힘껏) 마”라고 했고, 지난달 15일 “느그들 (너희들) 내가 끝을 본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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