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6시까지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 15.6% 역대총선 최고
수도권, 4년전보다 투표율 높아져
“누가 유리한지는 뚜껑 열어봐야”
691만명 첫날 투표… “여야 지지층 결집”
4·10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투표율이 15.61%로 집계됐다. 사전투표 첫날 기준 역대 총선 가운데 최고치로, 4년 전 21대 총선 사전투표율 첫날(12.14%)보다 3.47%포인트 높았다. 전국 단위 선거 중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던 2022년 대선 첫날 투표율보다는 1.96%포인트 낮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중 691만510명이 투표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이 이제 사전투표를 본투표 기간의 연장으로 보는 동시에 양당 지지층이 총결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날부터 사전투표 이틀을 포함한 3일간의 본투표가 시작된 셈이다.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 한강벨트가 있는 서울 사전투표율은 전국 투표율보다 0.22%포인트 높았으며 직전 총선보다 3.65%포인트 상승했다. 경기, 인천의 사전투표율도 지난 총선보다 3.5%포인트 넘게 올랐다. 지역구 254석 가운데 12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도 사전투표율이 급상승하며 양당 지지층이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격전지 낙동강벨트가 있는 부산과 경남 투표율도 지난 총선에 비해 각각 3.4%포인트, 2.75%포인트 상승했다.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전남(23.7%) 등 호남 지역은 광주와 전북까지 모두 4년 전보다 4%포인트 넘게 올랐다. 대구(12.26%)는 사전투표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았으며 직전 총선 대비 상승 폭(2.02%포인트)도 가장 작았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2017년 이후 우리 사회가 진보와 보수로 완전히 분열해 이념과 진영 간 갈등 구조가 강화되니 사람들이 투표장으로 가는 것”이라며 “다만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전체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공식이 지난 대선 때 깨졌다. 누구에게 유리한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통해 결집하는 현상이 이번에도 반복되는 가운데 보수 진영에서도 국민의힘이 적극 지지층을 향해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나서면서 전체 사전투표율이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부산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국민의힘 상징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했다. 윤 대통령은 경남 창원과 부산에서 각각 진행된 부산항 신항 7부두 개장식과 식목일 기념행사를 위해 이날 부산을 찾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총리 공관 인근에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부인 최아영 여사와 함께 한 표를 행사했다.
“본투표 같은 사전투표”… 수도권-부산-충청 격전지 증가율 높아
[오늘까지 사전투표] 첫날 691만명 ‘역대 총선 최고’ 서울 4년전 12.18%서 15.83% 전남 23.6% 최고-대구 12.2% 최저… 본투표까지 상승 이어질진 미지수
4·10총선 사전투표 첫날 최종 투표율이 2년 전 대선(17.57%)보다는 낮았지만 사전투표가 적용된 역대 총선 중 최고치인 15.61%로 집계되자 전문가들은 2014년 도입된 사전투표 제도가 안착하는 추세 속에 여야가 경쟁적으로 사전투표 단계부터 지지층 참여를 독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유권자들이 3일(사전투표 2일, 본투표 1일)간 투표한다고 생각”(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하기 시작한 가운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더욱 거세진 진영 투표 양상이 사전투표 때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여야 지도부가 선거운동 기간 집중 공략한 접전 지역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직전 총선 대비 사전투표율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 수도권 투표율 상승치 전국보다 높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모든 지역의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이 4년 전 총선 때보다 증가했다.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한강벨트가 있는 서울의 경우 투표율이 15.83%로 4년 전(12.18%)보다 3.65%포인트 늘었다. 전국 투표율 상승치(3.47%포인트)를 상회하는 수치다. 경기(14.03%)와 인천(14.50%) 역시 각각 전국 투표율 상승치보다 높은 3.68%포인트와 3.57%포인트씩 올랐다. 부산(14.83%)과 울산(14.8%)의 4년 전 총선 대비 상승치도 전국 상승치 수준이거나 그보다 높았다. 경남(15.27%)의 첫날 투표율도 전국 투표율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충북(15.69%)과 충남(15.7%)은 투표율과 4년 전 대비 상승치 모두 전국보다 높았다.
이는 여야가 접전을 펼치고 있는 박빙 지역이 몰린 수도권과 PK(부산·경남), 충청 등에서 연일 집중적으로 지지층 결집을 호소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수도권을 집중 공략해 왔다.
이번에도 호남 사전투표율이 영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호고영저’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국 17개 시도 중 전남(23.67%), 전북(21.36%), 광주(19.96%)가 4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 상위 3개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대구는 12.26%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경북은 16.24%로, 영남에선 가장 높았지만 호남에 비해서는 낮았다.
호남 지역 사전투표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텃밭인 이들 지역 유권자들은 대부분 지지 정당을 일찌감치 정해두고, 본투표일까지 각종 변수가 생기더라도 이를 바꾸지 않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대구 투표율이 유독 낮은 것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 텃밭인 대구는 전통적으로 역대 어느 선거든 사전투표율은 낮고 본투표 때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구 지역 사전투표율이 12.26%로, 4년 전 21대 총선 투표율(10.24%)보다 2.02%포인트 오른 것에 주목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가장 보수세가 강한 대구에서도 사전투표 상승세가 나타났다는 건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 본투표까지 상승 효과 이어질지 주목
사전투표 첫날 나타난 상승세가 전체 투표율의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 해석이 엇갈렸다.
박성민 대표는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면 본투표율을 좀 끌어올릴 수는 있다”며 “사전투표율이 올라가면 착시가 생겨 본투표에서 안 하려던 사람들도 투표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그동안 사전투표에서 민주당 지지층이 주로 투표를 해오던 것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심리가 작용하면서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처음 사전투표 제도가 도입됐을 땐 본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순유입 효과’가 두드러졌다면 이제는 사전투표 제도가 유권자 인식 속에서 본투표의 연장선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본투표 투표율을 분산하는 ‘마이너스 효과’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직전 대선과 지방선거 사례를 비춰 봤을 때 전체 총선 투표율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찍은 20대 대선의 경우 사전투표율이 19대 대선보다 10.87%포인트 높았지만 전체 투표율은 0.1%포인트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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