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9주년 논란 부른 ‘기호순번제’…“이참에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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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9일 1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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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5일 오전 충남 논산시 연무체육관에 마련된 연무읍 제2사전투표소에서 육군훈련소 훈련병들이 투표를 준비하며 비례대표 용지의 정당을 살펴보고 있다.2024.4.5/뉴스1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5일 오전 충남 논산시 연무체육관에 마련된 연무읍 제2사전투표소에서 육군훈련소 훈련병들이 투표를 준비하며 비례대표 용지의 정당을 살펴보고 있다.2024.4.5/뉴스1
4·10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M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선거에서 ‘기호순번제’를 없애자는 주장도 나온다.

MBC는 지난 7일 방영 예정이었던 복면가왕 9주년 특집 방송을 총선 이후로 연기했다. 해당 특집 방송은 9주년을 맞아 만화 ‘은하철도 999’의 주제가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기호 ‘9번’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결방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4일 제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일기예보에서 파란색 숫자 ‘1’ 그래픽을 사용한 MBC 뉴스데스크에 법정 제재인 관계자 징계를 의결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MBC는 2월27일 저녁 뉴스에서 기상 캐스터가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파란색 숫자 1 그래픽을 사용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연상시킨다며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여야는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복면가왕 9주년과 조국혁신당 9번이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MBC는 지금이라도 ‘야당과 짜고 친다’는 정치권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당장 복면가왕을 방영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간첩신고는 113에서 224로?’라고 짤막하게 글을 올렸다. 민주당과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정당 번호인 1과 3 대신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의 정당 번호인 2와 4을 써야 하지 않냐는 식의 비판으로 복면가왕의 9주년 방송 연기에 대한 비판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복면가왕의 결방을 두고 정권 눈치를 보게 한 ‘9틀막 정권’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조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 지난 2년간 온갖 행태 속에서 눈 떠보니 후진국이 된 데 분노를 갖게 됐는데 그런 행태가 오늘 또 하나 나타났다”며 “KBS 9시 뉴스 초기 화면 색깔은 조국혁신당 푸른색과 같다 그것도 결방시켜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문제의 본질인 선거 기호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수영 녹색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권력의 압박이 있었던 것인지 언론사가 알아서 심기 경호에 나선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낯 뜨거운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투표용지에 기호를 넣는 것은, 잘한 것도 없이 늘 1번과 2번을 차지하는 거대 양당에만 유리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 영국, 일본 모두 투표용지에 기호가 없다. 미국은 거대 정당에만 유리한 후보자 배치 방식이 위헌이라 결정했다”며 “기호 대신 가나다순, 순환배정, 추첨 등 다양한 방식을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선임대변인은 “선거에서 숫자 기호를 없애 복면가왕 같은 낯 뜨거운 논란 자체를 더는 만들지 말자”고 제안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2년 발간한 ‘투표용지 양식의 불평등성 논란과 쟁점, 정당 특권과 기호순번제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제헌의회 선거부터 추첨방식을 사용했으나 의석수 순에 따라 일부 정당에게 앞순번을 배정하는 방식은 1969년 처음 도입됐고 1987년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어 보고서는 “우리나라 현행 투표용지 양식은 정당표시에 의한 신호효과, 숫자 배정에 따른 기호효과, 게재순위에 따른 순서효과 등으로 대정당에게 매우 유리하다고 평가된다”며 “전국 통일 기호배정 방식은 다른 나라에서 사용되는 일반적 방식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호순번제’가 불평등하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헌법재판소는 1996년 이후 8차례에 걸쳐 투표용지 후보자 게재순위를 국회 다수의석 순으로 정하고 그 기호를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하도록 한 현행 방식을 합헌으로 결정해 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투표용지의 순서효과가 실재하고 선거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다면 평등선거의 원칙 및 선거 운동의 기회균등 보장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국회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에서도 군소정당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것은 의회의 대표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다. 투표용지 구성 및 후보자 게재순위로 인해 거대정당이 누리는 이점을 최소화하는 입법, 정책적 노력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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