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후보(전 의원·4선·서울 동작을)와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후보(4선·서울 용산)가 서울 최대 승부처인 ‘한강벨트’ 전투에서 승리해 22대 국회에 생환했다. 대권 주자 안철수 후보(3선·경기 성남 분당갑)도 접전 끝에 승리했고, 중진 전략적 재배치를 받아들인 ‘낙동강벨트’의 김태호 후보(3선·경남 양산을)도 귀환에 성공하며 당내 입지를 키웠다. 국민의힘이 4·10총선에서 참패 성적표를 받아 든 가운데 거물급 중진들의 생환이 이뤄지면서 이들의 행보에 따라 여권의 재편 방향도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중진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이상민(대전 유성을) 후보는 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 나경원 귀환 권영세 수성
21대 총선 패배 이후 4년간 지역구 바닥 민심을 훑어온 나 후보는 접전 끝에 정치 신인 민주당 류삼영 후보를 꺾고 국회로 돌아왔다. 국민의힘에선 총선 국면 초반까지만 해도 “다른 곳은 몰라도 동작을은 거뜬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동작을에서 이기면 강남3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을 석권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당력을 집중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13일) 중 8번이나 이곳을 찾았을 정도다. 하지만 나 후보는 “최후의 전선이 되겠다”고 호소한 끝에 승리했다. 정통 보수 당원에게 인기가 많은 나 후보는 국회에 복귀하면 차기 당권 구도에서 키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권 후보도 21대 총선에 이어 민주당 강태웅 후보와 리턴매치를 벌인 끝에 승리했다. 용산은 대통령실이 있어 여당에 정치적 상징성이 큰 곳으로 평가받는다. 민주당 역시 “정권 심판의 상징적인 곳에서 유세를 마무리하겠다”며 공식 선거운동 최종 유세를 용산역에서 벌이기도 했다. 권 후보는 21대 총선에서 강 후보에게 불과 890표 차로 승리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부촌인 이촌동에서 몰표를 받으며 지난 선거보다 격차를 벌렸다. 권 후보는 당이 어려울 때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등 당 지도부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비윤(비윤석열)계’인 안철수 후보는 여당의 대표 텃밭인 성남 분당갑에서 민주당 이광재 후보와 초접전을 벌인 끝에 승리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3·8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했다. 당시엔 나 후보와 함께 대통령실의 견제를 크게 받았지만, 총선 이후에는 용산의 여당 그립감이 약해져 안 후보의 활동 보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낙동강벨트서 김태호 생환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던 김태호 후보는 민주당 김두관 후보(재선)를 꺾고 국회로 돌아오게 됐다. 김태호 후보는 2006년 경남도지사 선거에 이어 다시 한번 김두관 후보를 꺾었다. 김태호 후보의 원래 지역구는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이지만 야당 강세 지역을 탈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양산을에 도전했다. 이번 승리로 김태호 후보의 ‘정치적 체급’이 한층 올라갔다는 평가다. 김태호 후보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선제적으로 경고하며 당 지도부의 전향적 변화를 요구해온 윤상현 후보(4선·인천 동-미추홀을)도 민주당 남영희 후보에게 승리했다. 윤 후보는 20, 21대 총선에서 공천 배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 강행으로 3자 구도에서 승리하며 귀환에 성공했고, 이번엔 당적을 갖고 나와 양자 구도 선거에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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