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8일 공식 선거운동 첫날부터 띄운 ‘이-조(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심판론’이 총선 전략에 독이 됐다는 평가가 여권에서 나온다. 한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이-조 심판론이 민생”이라며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 등 거친 말로 야권을 공격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전략의 총체적 부재였다. 이 대표를 욕한 거 말고는 남는 게 없는 선거였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일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총선 대결 구도를 ‘윤석열 대 이재명’ 대신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재편하기 위해 ‘거야(巨野) 심판론’을 강조해 왔다. 이후 조국혁신당이 급부상하면서 국민의힘의 총선 프레임은 ‘이-조 심판론’으로 짜였다. 여당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야당 두 대표에게 입법 권력을 줘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 내내 당내에선 집권 여당의 총선 구호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총선 후보들 사이에선 “남 탓보다는 더욱 낮은 자세로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고물가 시대에 피부에 와닿는 정책 메시지를 내야지 왜 선거운동 내내 야당 대표 얘기만 하느냐”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결국 ‘검사 출신 초보 정치인’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위원장이 그동안 범죄 혐의자들을 때리면서 명성을 얻었지만 정치권은 흑과 백의 일도양단 싸움을 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집권 3년 차인 윤석열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을 띨 수밖에 없던 이번 총선에서 오히려 상대를 심판하겠다는 프레임이 역풍을 불렀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상대 당 공격에만 치중하다 외연 확장에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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