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백-이종섭’ 막판까지 오기-독선… 尹 리스크가 패배 자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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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불통 尹정권’ 심판한 민심
중도층, 협치 외면 국정에 등돌려… 의료공백 장기화에 대파 논란까지
與 2000년이후 총선 최악 참패… ‘尹의 불통’이 정권심판론 불지펴

뚜껑 열린 민심 1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개표를 하고 있다. 수원=뉴시스
뚜껑 열린 민심 1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개표를 하고 있다. 수원=뉴시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22대 총선 결과가 국민의힘의 참패로 나타나자 대통령실은 깊은 침묵에 잠겼다. 2022년 5월 시작된 ‘용산 시대’의 최대 위기이자 국정 변곡점으로, 국정 운영 방식을 전면 전환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엄중한 심판 의미가 명징하게 담긴 성적표다. 2000년 이후 여소야대 지형이 형성된 대표적 사례인 2000년 16대(새천년민주당 115석, 한나라당 133석)와 2016년 20대(새누리당 122석, 민주당 123석)와 비교해도 이번 총선의 민심은 압도적으로 야권의 ‘정권심판론’에 손을 들어줬다.

여권에서도 “국민에게 고개 숙이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보다 ‘수사하듯 정치를 하는’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태도와 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향한 성난 민심의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하고 국정 기조를 전면 전환하라는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 “불통 국정에 대한 엄중한 심판”


윤 대통령의 집권 2년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민심의 명확한 반대 의사가 확인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불통 논란으로 중도 확장에 실패했다”며 “총선 국면에서 여당의 지지율 상승 국면마다 불거진 ‘용산발 리스크’가 발목을 잡으며 복합적 악재로 작용했다”고 했다.

2022년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문제 해법, 검찰 출신 중심의 국정과 권위적 소통,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의대 정원 ‘2000명’ 정당성을 강조한 50분 담화 등 반복적으로 불거진 불통 논란이 패배의 주요인이라는 지적이 여권에서 나왔다.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61.5%에 달했다. 윤 대통령이 잘못 수행하고 있는 분야로 경제민생은 물론 국민과의 소통, 야당과의 협치가 꼽혔다.

지난해 3·8전당대회에서도 친윤(친윤석열) 그룹이 사실상 완력으로 나경원, 안철수 후보를 밀어내는 등 중도 확장과는 거리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이념이 제일 중요하다”며 보수층 결집을 위해 반대 세력을 ‘반국가세력’ ‘공산전체주의’로 비판했고, 민생보다 이념이 더 부각됐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라는 경고장을 받아든 뒤 윤 대통령은 “국민이 늘 옳다”고 했지만 민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이하는 현재까지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지 않는 등 경직적 대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취임사에서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 “의회와 긴밀 소통”을 강조했지만 야당 주도 통과 법안 9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사 출신으로서 선명한 선악 구도와 맷집이 2022년 대선 정권교체를 이끌었지만, 국정과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소통이라는 덕목이 필요하다는 점이 엄중한 표심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 나왔다.

● ‘디올백-이종섭 논란’에 중도층 등 돌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윤-한 갈등’ 1차 충돌의 발단이 된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등 양방향 소통 대신 KBS 앵커와의 단독 대담을 택한 뒤 사과 없이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당선된 대통령이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과 디올백 수수 논란에 관대한 자세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의 공천 잡음이 극대화된 ‘비명횡사’ 국면에서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출국 논란과 황상무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논란이 부각된 점도 총선 막판 정권 심판론의 치명타로 작용했다.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私黨化)’ 프레임이 불이 붙던 시기 총선 막판 ‘심판론 비등’의 불쏘시개가 된 것. 한국갤럽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서울지역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0%에 그쳤다. 직전 같은 조사에서는 45%를 기록했는데 1주일 사이에 15%포인트가 하락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하면 윤 대통령이 ‘원칙’을 강조하거나 버티고, 여론이 더욱 악화되면 그때서야 대통령실이 수습하는 구조”라고 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 장기화도 총선에 악재로 작용했다. 윤 대통령이 “2000명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해 논란이 더 커지자 참모들이 ‘담화는 대화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고물가 국면에서 ‘대파 논란’에도 휘말렸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정부가 고물가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9.8%에 달했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 등을 통해 민생 행보를 보이고, 여권이 민생 공약을 쏟아냈지만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여당에서는 ‘용산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효과적인 총선 캠페인을 이끌지 못했다는 자성이 나왔다. 현역 의원 대거 물갈이가 예상된 것과 달리 뚜껑을 열어 보니 ‘친윤’ 등 기득권 불패 흐름이 뚜렷해 현역 교체율이 30%대 초반에 그친 ‘조용한 공천’도 패인으로 지목된다. 용산의 당정 장악력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윤 대통령을 향한 탈당 요구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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