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5년을 여소야대 상황 속에 보내게 됐다. 여당이 힘겹게 개헌 저지선은 지켰지만 입법 주도권을 찾아오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11일 개표가 완료된 제22대 총선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국민의미래는 총 10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더불어민주당·민주연합은 175석, 조국혁신당은 12석을 얻으며 총선에서 압승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야권으로 기울어 있던 국회 상황을 개선해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운영에서의 동력을 확보하려 했던 구상이 틀어졌다.
개헌 저지선(100석)을 확보해 최악의 상황을 면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범야권이 200석을 넘겼을 경우 헌법개정안,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무력화할 수 있다.
단독으로 과반을 달성한 민주당은 입법 주도권을 확보했다. 의사일정, 직권상정 등의 권한을 가지는 국회의장을 배출할 수 있게 됐다. 정부로서는 입법, 예산안 처리 등에서 야권의 협조가 필수가 됐다.
범야권이 180석을 돌파하면서 야권은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추진,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강제 종료 등에 나서도 여당이 저지할 수 없다.
단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통해 야권의 입법을 견제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권 단독으로 재의결(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 할 수 없다.
이는 지난 2년간 상황과 비슷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검법·대장동 특혜 제공 의혹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총 9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단 22대 국회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총선 민의를 역행한다는 비판과 정치적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임기보다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1년 더 길기 때문에 여당에서도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보다 여론을 살펴 행동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의 거부권에 명분이 약할 경우 여권 내에서도 이탈 표가 나올 수 있는 정치구도가 만들어졌다.
국회 입법 주도권 확보에 실패한 윤 대통령으로서는 시행령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22년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 개정안 등이 현 정부가 보인 대표적인 시행령 정치였다.
단 시행령으로 모든 입법을 대신하기는 힘들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야권과 협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도 이날 총선 패배 후 밝힌 메시지에서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야당과 긴밀한 소통, 협조에 나서겠다는 여지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해도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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