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의 그림자가 당에 짙게 드리워져 있어 민심과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서울 도봉갑 김재섭 당선인(37)은 11일 서울 도봉구 쌍문동 선거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하며 정부나 여당에 쓴소리를 내야 될 때가 있다면 당연히 자처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도봉갑에서 친명(친이재명)계 민주당 안귀령 후보를 1098표 차로 꺾고 당선장을 받았다. 개표 시작부터 한숨도 자지 못했다는 김 당선인은 피곤한 표정에도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참패 성적표를 받아든 여당 내부에서도 “불모지에서 당선된 김 당선인에게서 한 줄기 희망을 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당선인은 이날 “4·10총선은 정권심판론의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불었던 선거였다”며 “정부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비판하거나 쓴소리 했던 모습이 서울 도봉갑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해 말 수도권 위기론을 강조하는 등 여당 내 대표적인 소신파로 분류된다. 당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려 하자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한 장관이 무슨 발언을 하든 다 이해충돌처럼 비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 당선인은 2020년 1월 청년 정당 ‘같이오름’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같은 해 미래통합당 입당 후 21대 총선에서 도봉갑에 출마해 공천을 받았지만, 당시 현역이던 민주당 인재근 의원에게 패배했다. 이후 ‘김종인 비대위’의 비대위원으로 임명돼 당시 무소속이던 홍준표 전 의원의 복당에 반대 의견을 내는 등 소신 발언을 이어왔다.
김 당선인이 당선된 도봉갑은 15대 총선 때 선거구가 조정된 후 18대 총선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이 당선된 ‘여당의 험지’다. 서울 동북권 지역 내 유일한 여당 당선인인 김 당선인은 정권심판론에 휩쓸려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하는 걸 보면서 “등골이 서늘했다”고 전했다. 김 당선인은 “본투표 날 출구조사도 지는 걸로 나왔기에 처음에는 큰 기대를 안 했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서 국민의힘이 대통령실 기조에서 벗어난 메시지를 내지 못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당선인은 “여당 참패는 잘못돼가는 정치를 바로잡을 반환점을 마련하라는 민심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의 정서와 수도권 민심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도층 외연 확장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30대 정치인으로서 다툼만 하는 정치에서 벗어나 타협·소통하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며 “특정 지역만의 눈높이가 아닌 일반 국민 눈높이에 맞춰 민심을 잘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을 밀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멜팅폿(melting pot)’처럼 섞이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공약으로는 1호 공약인 교통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오는 2028년 완공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을 활용해 KTX와 SRT를 병행해 배차도 늘리고 지역도 넓어지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기간 김 당선인 옆에는 만삭인 아내 김예린 씨(32)가 함께했다. 김 당선인은 “도봉구에서 자란 애가 도봉구에서 터를 잡더니 또 자녀까지 낳는구나 하는 모습에 유권자들도 많이 좋아해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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