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패스트트랙 등 입법권력 장악
여당 혼자 예산-법안처리 불가능
與 8표 이탈땐 개헌 의결도 가능
22대 국회에서 192석의 ‘반윤 거야(巨野)’ 전선이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10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161석)과 더불어민주연합(14석·비례)이 총 175석을 얻었다. 여기에 조국혁신당의 비례 의석(12석)과 진보당(1석), 새로운미래(1석)를 포함해 개혁신당(3석·지역구 1석, 비례 2석)까지 합하면 ‘반윤’ 전선은 192석에 달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90석을 얻어 국민의미래(18석·비례)를 합쳐 108석을 차지한 데 그치면서 범야권이 수적으로 84석 우위에 섰다.
범야권이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기준인 180석(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을 확보하면서 여당에선 “22대 국회에서도 ‘거야의 입법독주’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패스트트랙은 최장 330일 이후에 법안을 본회의에 자동 상정할 수 있는 제도다. 21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은 이 제도를 활용해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 쟁점 법안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 동안 야권 협조 없이는 예산안과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게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개혁신당이 성향상 우파에 가까워도 반윤이란 점에선 범야권 노선과 더 가깝다”며 “여당으로선 우군이 사실상 없는 상태로 식물 여당, 식물 정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에서 최소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올 경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무력화되고 개헌이나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석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낸 법안 재투표 의결 조건이자 개헌과 대통령 탄핵 소추를 국회에서 의결할 수 있는 요건이다. 야권 관계자는 “여당도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고,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워 왔던 여권 인사들이 대거 당선된 만큼, 여당의 단일대오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총선에도 180석을 줬는데 뭘 했냐’란 소리를 그동안 많이 듣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또 이렇게 주셨는데도 못하면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야권이 압승을 거둔 4·10총선 다음 날인 11일 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같이 말하며 22대 국회에서의 대여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를 포함해 175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조국혁신당(12석), 진보당(1석), 새로운미래(1석), 개혁신당(3석) 등과 손잡고 ‘반윤(반윤석열)’ 전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범야권은 당장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을 포함해 ‘채 상병 특검법’ ‘이종섭 특검법’ 등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선거 다음 날부터 대여 압박에 나섰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선대위 비공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채 상병 특검법이 이달 4일 (국회 본회의에) 올라왔는데 그게 향후 큰 쟁점, 과제가 될 것이란 얘기가 있었다”며 다음 달 본회의에서 특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어 “(여당이)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했으니 원내가 어떤 행태를 보일지 굉장히 관심거리”라며 “그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엔 ‘50억 클럽 특검법’도 있고 ‘김건희 특검법’도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 (여당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지 국민이 눈여겨보고 있다”고 압박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정의당, 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과 손잡고 채 상병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관이라 패스트트랙 지정 시 최대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이태원 특검법’ 등 윤석열 정권을 겨냥한 각종 특검법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국혁신당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딸 논문 대필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내세운 상태다.
개원 직후엔 원 구성을 두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단독 과반을 달성하면서 법안의 본회의 상정 권한이 있는 국회의장직은 물론이고 법사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 위원장직을 대부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 법안 처리권과 국무총리·헌법재판관·대법관 임명동의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권 등 핵심 권한들이 모두 민주당 등 범야권에 돌아가게 되는 것.
윤석열 정부 입장으로선 내각 교체 등을 통한 인적 쇄신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야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사의를 표한 한덕수 국무총리 등을 포함해 내각을 교체해 ‘레임덕’ 위기를 돌파하려고 해도 민주당 등이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공세를 쏟아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22대 국회에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제3당의 개수는 늘었을지 몰라도 여야 대치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며 “양 진영 지지층이 상대 당을 ‘적멸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양극단 정치’ 역시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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